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출처=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출처=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승진한 지 약 1년 만에 이마트의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이마트가 올해 1분기 내수 침체를 딛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목표주가를 속속 높여 잡고 있다. 정 회장의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주식 시장에서도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매출이 7조21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0.2% 늘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38.2% 증가한 1593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수익성을 대폭 개선해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471억원)의 3.4배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1293억원대에 형성된 시장 전망치를 23%가량 웃돌았다. 1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7년 이후 8년 만이자 역대 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3분기 이후 26개 분기 만에 최대 실적이다.

이마트의 실적 개선은 작년 3월 신세계그룹 수장에 오른 정 회장이 전 사업군에 걸쳐 고강도 혁신을 밀어붙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SSM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편의점 이마트의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원가 절감과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를 기반으로 주요 생필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에 제공하는 ‘가격파괴 선언’, ‘고래잇 페스타’ 등 대형 프로모션을 잇따라 도입했다.

이마트의 공간 혁신 전략인 스타필드 마켓과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실적 호조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21% 늘었다. 대규모 재단장을 단행한 문현‧용산‧목동점도 실적이 각각 35%, 11%, 6% 개선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작년부터 추진한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3월 임직원에게 “경기가 안 좋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 취임 후 이마트 실적은 지난해 2분기 이래 4개 분기 연속 개선 흐름을 보였다. 분기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34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84% 증가한 뒤 3분기 영업이익 1117억원, 4분기 실질 영업이익 112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으로는 전년보다 940억원 늘어난 47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마트의 호실적은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2일 증시에서 이마트 주가는 1분기 깜짝 실적 기대감에 개장 초반 한때 9만51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7.38% 내린 8만6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가는 이마트가 체질 개선 효과로 긍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주가도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이마트의 내년까지 2년간 실적 추정치를 상향하며 목표주가를 36.4% 높은 10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투자의견도 ‘매수(BUY)’로 상향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G마켓 글로벌 영업권 관련 상각비(PPA) 960억원 소멸, 프라퍼티 영업이익 증익 효과(약 500억원 이상) 등 이익 레벨이 크게 개선되는 점을 실적으로 확인했다”며 “할인점 본업이 판관비 절감 등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한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 연구원은 “기존점 성장률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하나증권도 기존 추정치 대비 이익 부분을 상향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올렸다. 투자의견도 매수로 상향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추세적 주가 상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할인점 매출이 낙폭을 줄이고 이익 회복이 크게 나타나는 펀더멘탈 개선 가능성이 좀 더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라면서 “명확한 턴어라운드 구간에 진입, 분기별 실적 모멘텀에 주목하며 지속적인 관심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마트에 대해 주가가 잠시 조정을 겪더라도 체질 개선과 실적에 힘입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1만5000원은 유지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이마트의 체질 개선은 올해 내내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 시 이마트 주가가 잠깐 쉴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다시 우상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마트의 주가는 오후 3시 30분 기준 8만4800원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1800원(2.08%) 하락했지만, 1년 최저치인 5만4800원과 비교하면 무려 55%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