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본점. 왼쪽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본점. 출처=각사
4대은행 본점. 왼쪽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본점. 출처=각사

탄핵 정국 이후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금융지주들이 자본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덜고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2시08분 기준)은 5.6원 내린 1414.90원 수준에서 등락했다. 지난달 탄핵 정국에 미국의 관세 전쟁까지 겹치면서 환율은 1484.10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지난 2일 5개월여 만에 1300원대로 내려갔다.

미국과 중국이 통상 협상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면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고위급 무역 협상을 통해 서로에 물린 관세를 대폭 완화하기로 지난 12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한 상태다.

업계에선 환율 하락세가 금융지주에 반가운 소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환율은 자본건전성 관리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는 환율(달러 가치)이 오르면 보유 중인 외화자산의 가치가 커지고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RWA(위험가중자산, 은행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용리스크량을 자산으로 환산한 값)로 산정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RWA는 총 120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54조원 증가했다.

RWA가 오르면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이하 CET1)도 떨어지게 된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이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RWA 상승으로 인해 CET1은 0.01~0.03%포인트 떨어진다.

CET1은 주주환원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한 만큼 금융당국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에 CET1을 12%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RWA 감소 효과로 CET1 관리가 이전보다 용이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외환거래 손실 우려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환율이 급등한 지난해 4분기 총 7299억원의 외환거래 손실을 냈고 특히 우리은행(8070억원)과 국민은행(3878억원)의 손실 규모가 두드러졌다. 외환 거래 손익은 달러·엔 등 외화로 투자했던 자산을 회수할 때 발생하는데 원화 대비 달러가치가 폭증하면 손실을 보고 외화를 회수하게 된다.

금융권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만큼 연내 1300원 구간 안착을 전망하고 있다. 한때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이제는 13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금리 인하를 재차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하 본격화 시 달러 약세 압력이 추세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하반기 들어 완화되기 시작하면 추가적인 원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