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이스크림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빙과업계가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빙그레는 ‘식물성 메로나’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에서 유통망을 넓히고 있으며, 롯데웰푸드는 인도에 빙과 신공장을 세우며 현지 생산 체제를 확장했다. 세계적인 폭염과 건강 트렌드, K푸드 열풍이 맞물리며 ‘K빙과’ 인기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쑥쑥 커지는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9841만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출량은 1개당 75g 기준으로 약 3억8000만개에 달한다. 최대 수출국은 미국(3072만달러)이며 ▲필리핀(1144만달러) ▲캐나다(744만달러) ▲중국(666만달러) ▲베트남(619만달러) ▲러시아(5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 조사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2023년 761억1000만달러로 평가됐던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이 2024년 790억8000만달러에서 2032년 1323억2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6.5%로 꾸준히 확대된다는 관측이다. 삼정KPMG 역시 ‘다시 웃는 빙과 시장, 새로운 변화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이 2029년까지 연평균 5%씩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윤지 삼정KPMG 연구원은 “세계적인 폭염·무더위가 해마다 반복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K푸드 트렌드에 힘입은 K빙과의 부상으로 주요 아이스크림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한국 아이스크림의 위상이 높아지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아이스크림 유통 채널도 확대되며 해외 시장이 빙과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발맞춰 빙과업계도 현지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유통 채널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인 건강 관리 트렌드를 따라 저칼로리·저당, 비건, 고단백·기능성 등 건강까지 고려한 아이스크림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출시하는 추세다. 

빙그레 ‘메로나’ 앞세워 입지 굳힌다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물성 메로나 제품. 사진=빙그레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물성 메로나 제품. 사진=빙그레

해외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대표 국내 아이스크림은 단연 ‘메로나’다. 빙그레는 1995년 하와이 교민 시장을 시작으로 빙그레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하며 해외 진출에 첫 발을 뗐다. 이후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설립하고, 2017년부터 국내 아이스크림 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생산·판매를 시작하며 미국 본토 공략에 나섰다. 2021년에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유럽까지 영역을 넓혀 메로나를 선보이고 있다. 2023년부터 네덜란드·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 ‘식물성 메로나’를 수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식물성 메로나는 유성분을 제외하고 식물성 원료로 대체해 기존 메로나 맛을 그대로 구현한 수출 전용 제품이다. 유럽의 높은 비관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개발됐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식물성 메로나의 유럽 지역 매출액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배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호주 시장에서도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트코, 울워스, 콜스 등 호주의 메인스트림 채널에 식물성 메로나가 입점돼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 메로나가 큰 인기를 거두면서 빙그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630억원, 영업이익 1313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각각 4.9%, 17%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실적 상승의 배경에는 해외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빙그레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8.4%에서 지난해 12.2%까지 증가했다. 

빙그레는 올해도 식물성 메로나를 필두로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식물성 메로나를 통해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온라인 채널 판매 확대와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고객 소통 증대도 집중할 것”이라고 향후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웰푸드, 인도 중심 글로벌 전략 추진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인도 푸시네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인도 푸시네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롯데웰푸드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롯데웰푸드는 ‘티코’, ‘찰떡아이스’, ‘설레임’ 등을 수출 주력 브랜드로 삼고 미국, 중국, 필리핀, 대만 등으로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 시장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본격적인 현지 공략에 나섰다. 인도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빙과법인인 인도 하브모어의 매출은 2020년 587억원에서 지난해 1729억원으로 약 3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올해 2월 인도 서부 푸네 지역에 6만㎡(약 1만8000평) 규모의 빙과 신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돌입했다. 

인도 빙과 신공장에서는 롯데웰푸드의 대표 제품인 ‘월드콘’을 비롯해 ‘죠스바’, ‘수박바’, ‘돼지바’ 등이 생산된다. 롯데웰푸드는 2028년까지 생산라인을 기존 9개에서 16개로 확대할 예정이며, 성수기 공급 부족 해소와 함께 해외 매출 15%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롯데웰푸드는 “빙과 성수기에 안정적인 제품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지는 만큼 올해 자사의 인도 빙과 매출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무설탕·무당류 브랜드 ‘제로’를 통해서도 아이스크림 수출을 확대 중이다. 제로는 2022년 5월 국내에 처음 출시돼 2023년 7월 수출을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시장을 개척했으며 지난해 기준 제로 수출 국가는 13개에 달한다. 올해 3월에는 가정용 멀티팩 아이스크림 ‘제로 미니바이트 밀크&초코’가 중국 코스트코에도 진출했다. 그 결과 브랜드 제로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제로 브랜드 매출의 1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롯데웰푸드는 덧붙였다.

한 빙과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아이스크림에 대한 해외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K푸드와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현지 인지도가 높아지는 분위기에 힘입어 현지 입맛과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