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발표된 미국과 영국 간 새로운 무역 협정이 미국 자동차 업계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로 구성된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로 인해 미국산 부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영국산 자동차가 부품 중 절반이 미국산으로 채워져야 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원산지 요건을 준수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빅3) 자동차보다 더 저렴하게 수입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부품 공급업체,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협정에 따라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연간 10만대 한정으로 25%에서 10%로 인하되는 반면 멕시코와 캐나다를 포함한 타 국가들은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F-150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이 조립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F-150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이 조립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빅3가 미국으로 수입한 차량은 221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입량의 28%를 차지했다. 이들 업체는 이번 합의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들을 불리하게 만드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완화했으나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유지했다. 이에 미국 자동차 업계는 완성차 관세 완화를 기대해왔던 실정이었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사진=벤틀리모터스
벤틀리 컨티넨탈 GT. 사진=벤틀리모터스

반면 영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협정을 크게 환영했다. 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64억 파운드(약 12조원)로 영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1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내 생산공장이 없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맥라렌, 재규어랜드로버(JLR) 레인지로버 등 영국의 고급 브랜드에게 미국은 최대 시장으로, 이번 관세 인하의 수혜를 직접 받게 될 전망이다.

에이드리언 마델 JLR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무역 합의에 대해 지속적 투자에 확신을 주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호스 영국자동차공업협회 대표는 "고율 관세가 영국 수출업체들에 심각한 위협이었으므로 이번 합의는 매우 필요한 안도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자동차정책위는 "북미산 자동차보다 우위를 주는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특혜적 접근이 향후 아시아와 유럽 경쟁국과의 협상에서 선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