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호황을 누렸던 면세점 업계가 최근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내수 부진, 고환율 등의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대 면세점인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면세점 모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최근 면세점 업계가 희망퇴직, 점포 폐점을 비롯해 중국인 보따리 상인인 ‘다이궁’과 결별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며 올 1분기 실적 개선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아직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매출 증가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1분기, 면세점 업계 실적 전망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면세점 구역이 승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면세점 구역이 승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기준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어려운 업황에 2023년 2분기 이후 손실을 기록해 왔다. 그렇기에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할 경우, 롯데면세점은 7분기 만에 플러스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호텔신라도 1분기 당초 전망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는 평가다. 호텔신라는 지난달 25일 1분기 매출액 9718억원, 영업손실 25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주목할 점은 면세점 업계의 적자 폭 감소다. 신라면세점의 영업손실은 전 분기 439억원에서 올 1분기 50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줄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 실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호텔신라의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몸집 줄이기’로 수익성 개선 꾀해

업계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효율화’ 전략을 꾀한 면세점 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면세점 업계는 고환율과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 그리고 내수 부진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한해 국내 4대 면세점은 지난해 줄줄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이들 면세점의 영업손실의 합은 약 28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수익 개선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희망퇴직 단행과 함께 임원 급여 20%를 삭감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11월 창사 이해 처음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 도입과 유신열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7∼8명의 급여를 20% 깎았다. 현대면세점과 신라면세점도 지난달 희망퇴직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점포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2025년 7월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은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해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점’의 35%를 차지하는 타워동을 없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에는 명동 본점 1층에 운영해 온 ‘스마트 스토어’를 철수했다. 이밖에 신세계면세점도 지난 1월 부산점 영업을 종료한 바 있다.

중국 보따리 상인인 ‘다이궁’과의 결별도 수익 개선을 도왔다는 평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국내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보따리 상인들에게 일종의 리베이트인 송객수수료를 지급하며 적극적인 유치에 힘써왔다. 그러나 도입 초기 10%대였던 송객수수료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30~40%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송객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롯데면세점은 다이궁과의 거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로 인해 롯데면세점은 막대한 판매 수수료를 절감하게 됐다. 아직 롯데면세점 이외에 다이궁과 거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기업은 없지만, 송객수수료를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다이궁에 따라 비율은 다르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절정을 찍었던 송객수수료를 차츰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면세점 업계의 비용 절감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업계 전반의 경쟁 완화와 수익성 위주의 영업으로 실적 개선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면세점 산업 구조조정 진행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철수도 예정되어 있어 이에 따른 수혜도 추가적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주목해야 할 변수 ‘무엇’

중국 관광객들이 여객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관광객들이 여객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재는 또 있다. 정부는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해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방한 관광객 목표치인 1850만명 중 중국인 관광객을 536만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국내 면세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만약 무비자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면세점 업계의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업황 개선을 확실시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면세점은 업계 특성상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 통계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1인당 구매액은 45만7000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의 47만9000원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장기화하는 중국의 내수 부진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에 면세품에 대한 관광객 수요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중국 소비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나, 면세점까지 온기가 확산될 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망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도 “3분기 이후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예상한다”라면서도 “관광객이 늘어나더라도 고환율,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관광객들이 실제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 면세점 업계의 특성상 고정 비용 지출이 너무 크다 보니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영업이익 개선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