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지역 경제와 손잡고 ‘로코노미’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 특산물로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출시할 경우 기업은 매출 상승과 상생 가치 실현의 효과를, 지역은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며 지역 특산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상품 출시를 넘어 관련 팝업스토어 진행 등으로 협업 범위를 확장하는 중이다.
기업·지역에 ‘윈윈’ 효과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역의 특색이 담긴 상품과 공간을 소비하는, 이른바 ‘로코노미’ 열풍이 불고 있다. 기업과 지역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기업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 출시로 매출 상승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ESG 경영을 강조할 수 있다. 지역도 경제 활성화와 함께 지역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이에 로코노미 마케팅은 기업과 지역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낳으며 ‘윈윈’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기존에는 지역의 특산물을 먹기 위해서는 직접 해당 지역을 방문해야 했지만, 협업 상품 출시로 장거리 이동 없이도 특산물을 섭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3년 발표한 ‘로코노미 활용 식품 관련 U&A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원인으로는 ‘지역 특색이 반영되어 재미있어서’가 49.6%로 가장 높게 집계됐고 ‘특별한 경험과 추억이 될 것 같아서’가 39.2%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원산지 공개로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의 관심이 뜨겁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세대에게 지역 상품들이 되레 ‘힙’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분석이다. 대학생 이모씨(23세)는 “최근 마트에서 영덕 대게를 사 먹었다”라며 “평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만 접하던 식품을 서울에서 사 먹을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품들이 앞으로 더 많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정부도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20년부터 지역 청년의 창업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컬크레이터(Local Creator)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를 뜻한다.
해당 사업 참여자로 선정되면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최대 1억원) ▲민간투자 연계형 매칭융자(최대 5억원) ▲혁신 소상공인 투자연계지원사업(최대 3억원) 연계 지원과 함께 최대 9억원의 자금을 받을 수 있다. 사업 우수 사례로는 제주의 지역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어묵을 선보인 ‘와이제이컴퍼니’와 금산 인삼 부산물을 활용한 K-뷰티 화장품을 개발한 ‘그리닝’ 등이 있다.
이대건 소상공인정책관은 “새롭게 등장한 비기술 기반의 창의적인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강릉의 커피산업이나 양양의 서핑 산업 등 그동안 없던 골목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며 “향후 이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지역 소멸 방지와 더불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전 세계인이 찾는 명품 글로컬 도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코레일도 지난해 6월부터 ‘로코노미20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철도역에서 ‘문경 오미자에이드’와 ‘김천 자두애플티’ 등의 상품을 판매해 지역 특산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유통기업 ‘로코노미’ 실천 사례는?

로코노미의 긍정적인 효과에 유통채널들은 지역과 협업을 늘리고 있다. 협업 방법도 상품 출시부터 팝업스토어 운영 등 다양하다.
먼저 이마트는 지난 3월 영덕군과 영덕의 특산물인 붉은 대게를 활용한 자체 상품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붉은 대게를 가공해 만든 상품 6종을 출시했다. 대표 상품으로는 ▲피코크 영덕 쫀득게살전(360g) ▲피코크 게살 코코넛크림커리(400g) ▲피코크 붉은대게칩(200g) 등이 있다. 가장 먼저 출시된 ‘피코크 붉은대게칩’의 경우 출시 후, 한 달 만에 3만개가 팔리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이마트 측은 경북 영덕군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이지만 해당 지역 외에서 오히려 더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매출보다 타지역 점포에서의 매출이 8% 높았고, 특히 부산 지역의 경우 대구·경북보다 매출이 22% 높게 나타났다. 박선미 이마트 피코크 바이어는 “지역과 협업을 통해 이번에 처음 개발한 식품들이 상품성이 높고 고객 반응도 좋다”며 “영덕 붉은대게를 활용한 다른 상품들을 준비하는 한편 협업을 위한 다양한 지역 특산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는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를 통해 국내 수제맥주 활성화를 위한 ‘주(酒)루마블 전국 8도 8색(이하 주루마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주루마블’은 전국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수제맥주를 소개하며 고객들이 전국을 여행하듯 다양한 맛의 맥주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젝트다. 단순한 주류 유통을 넘어 지역 특산물과 문화를 알리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상품은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소규모 양조장 ‘아리랑 브루어리’에서 제조한 수제맥주 8종이다. 아리랑 브루어리는 폐광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양조장으로 지역 특성을 담은 독창적인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곤드레필스너’이다. 해당 상품은 정선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나물을 사용한 국내 유일의 곤드레 맥주로 꽃·허브·민트 계열 유럽 홉과 곤드레 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GS25는 이달 중순에는 가평의 ‘크래머리브루어리’와 협업해 새로운 스타일의 ‘바질샤워’ 맥주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팝업스토어를 통해 지역의 맛집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10일까지 커넥트현대 부산점에서 ‘이재모 피자’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이재모피자는 1992년 문을 연 부산 지역 대표 로컬 맛집으로, SNS상에서 ‘줄 서서 먹는 피자집’으로 유명한 가게다. 대표 메뉴인 치즈크러스트 피자는 신선한 임실 치즈로 도우와 크러스트를 꽉 채워 재료를 속이지 않는 진정성으로 명성을 얻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지역 맛집 등을 지속 유치해 차별화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1일에는 넥트현대 부산점에서 부산의 깡통 야시장을 콘셉트로 ‘뚱띵이호떡’, ‘다래분식’ 등 부산 전통 로컬 브랜드를 업계 처음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부산의 대표 맛집인 이재모피자를 커넥트현대에서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의 구심점으로서 고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유통업계의 로코노미 열풍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 경영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매출 상승효과에도 도움이 되는 지역과의 협업을 안 할 이유가 없다”라며 “지역과의 협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