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에 매각되고, 2위인 OK저축은행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하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전성이 악화한 일부 저축은행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50% 이상을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약 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BI저축은행은 총자산 14조원, 거래 고객 175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은 보험사에서 거절된 고객을 흡수하면서 여신 규모를 1조6000억원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자산 규모 2위인 OK저축은행을 보유한 OK금융그룹도 경기·인천 영업권을 가진 상상인저축은행 M&A를 추진 중이다.
OK금융은 지난해 말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친 뒤 가격 협상을 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3조5889억원으로 업계 2위다. 총자산 2조3765억원으로 12위인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 성사되면 합산 총자산이 16조원에 이르면서 현재 1위인 SBI저축은행을 넘어서게 된다.
상상인그룹은 최대주주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문제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 건전성 악화 등으로 적기시정조치도 받았다.
OK금융은 업계 7위인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함께 저울질했지만, 회계법인 실사 이후 추가 절차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충청·호남 지역에 영업 기반을 둔 OK는 페퍼와 상상인 중 어디를 인수하든 경기·인천 지역 영업권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자산 규모가 큰 상위권 저축은행뿐 아니라 하위권 저축은행의 M&A도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하위권은 여신 규모가 작고 PF 대출 부실 등으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어 구조조정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라온저축은행은 코스닥 상장사인 베셀에 지분 32만주(지분율 40%) 매각을 추진 중이다. HB·애큐온·OSB저축은행 등도 잠재 매물로 꾸준히 거론된다.
금융당국도 M&A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저축은행 업권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을 통해 저축은행 M&A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건전성이 대폭 악화한 저축은행 업권의 신속한 시장 자율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M&A 허용 대상 저축은행 범위를 늘리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건전성이 악화해 경영개선권고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등 경영 지표가 뚜렷하게 나빠진 경우에만 M&A를 가능하게 했지만, 금융당국의 조치를 받지 않더라도 자산 건전성이 나빠진 저축은행은 M&A를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췄다.
부실 저축은행 기준을 현재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 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기준도 ‘9% 이하’에서 ‘11% 이하’로 완화했다.
업계에서는 변경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저축은행 10여 곳이 신규 M&A 대상으로 추가 편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실 저축은행에만 조건부로 M&A를 허용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완전 자율’로 M&A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M&A 규제 완화에) 어느 정도는 만족하지만, 아직 저축은행업계가 원하는 완전 자율적인 M&A와는 거리가 있다”라며 “매각 시장을 더 확실하게 열어주는 게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건전성도 높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