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표, 나아가 더본코리아 신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중 친화적 이미지와 합리적 가격으로 쌓아 올린 신뢰의 탑은 불과 몇 달 만에 심각한 균열을 보이며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국 6일 세 번째 공식 사과와 함께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올해 집중적으로 제기된 많은 이슈와 지적에 대해 서면과 주주총회를 통해 사과드린 바 있으나, 오늘은 직접 고개 숙여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모든 문제는 저에게 있다. 2025년을 더본코리아가 완전히 새로워지는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나아가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가맹점주와 주주, 고객만 바라보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사실상 자숙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1993년 원조쌈밥집으로 시작해 1994년 더본코리아 설립 후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등 수많은 브랜드를 성공시킨 백 대표. 방송 활동을 통해 국민 셰프 자영업자 멘토라는 절대적 지지를 통해 더본코리아는 2024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며 정점을 찍는 듯했다.

영광은 짧았다. 2025년 초 빽햄 논란을 시작으로 제품 정직성 문제 프랜차이즈 운영 갈등 식품 위생 및 안전 불감증 기업 윤리 부재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단순한 해프닝이나 실수가 아니다. 급격한 외형 성장 과정에서 내실 다지기를 소홀히 한 결과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백종원 대표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와 브랜드 의존성은 오너 리스크를 극대화하며 위기의 파급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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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어떻게 무너졌나
위기의 도화선이 된 빽햄 사태는 더본코리아 문제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한돈 사용 강조와 달리 높은 가격 낮은 돈육 함량은 소비자의 기대를 배신했으며 명절 선물세트 고가 책정 후 대폭 할인 판매 방식은 정직성보다 상술에 기댄다는 인상을 줬다. 백 대표의 해명이 나왔으나 이는 오히려 후발주자 소량생산 등 구조적 한계를 자인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결국 생산 중단 결정을 피할 수 없었다.

빽햄 이후 터져 나온 문제들은 더욱 심각하다. 덮죽 자연산 새우 허위 표기, 백석된장 외국산 원료 사용 및 농지법 위반 의혹, 한신포차 낙지볶음 원산지 오류, 제주 감귤 맥주 미미한 함량, 빽다방 빵 원산지 허위 홍보 의혹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가공식품 간편식 소스 음료 베이커리 등 전 제품군에서 유사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는 원재료 검증 시스템 부재 마케팅과 실제 제품 스펙 불일치 관련 법규 이해 부족 등 내부 관리 시스템 총체적 부실을 시사한다. 소비자와의 약속인 제품 정보 정확성을 계속 어긴 행위는 백종원 브랜드가 쌓아온 신뢰 자산을 근본적으로 파괴했다는 분석이다.

더본코리아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연돈볼카츠 사태는 그 정점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월 3천만 원 이상 과장된 예상 매출 정보를 제공하며 가맹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현실은 참담했다. 저조한 매출 심각한 경영난으로 론칭 2년여 만에 상당수 점포가 폐업했다. 투자금 회수는커녕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점주들은 공정위에 본사를 신고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더본코리아는 예상 매출 보장이 없었다고 항변하며 일부 점주의 운영 미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하지만 높은 폐점률은 본사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이는 가맹점 모집 단계 정보 제공의 투명성 문제 가맹점 운영 지원 및 관리 부실 가능성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당장 골목식당을 통해 얻은 소상공인 지원 이미지와 실제 자사 가맹점 운영 현실 간 괴리는 백 대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고질적인 지점별 품질 차이 소위 점바점 현상 역시 브랜드 관리 시스템 부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과거부터 제기된 골목상권 침해 논란 역시 기업의 공격적 확장 전략과 시장에 대한 책임감 사이 불균형을 반영한다.

기본조차 지키지 못했나

식품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인 안전 위생 관리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 반복됐다. 특히 농약 분무기 사과주스 살포 장면은 기본적인 식품 안전 의식 부재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비식품용 기구 사용 가능성 자체가 용납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과거 용달차 생고기 운반 축산물 상온 방치 의혹 안전 미검증 조리 도구 사용 논란 등은 일회성 실수가 아님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광범위한 법규 위반 의혹이다. 식품표시광고법 원산지표시법 식품위생법 농지법 가맹사업법 근로기준법 건축법 등 관련 법규가 총망라될 정도다. 이는 개별 직원의 일탈을 넘어 기업 차원의 준법 감시 시스템 및 내부 통제 문화에 근본적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기업 규모와 복잡성에 걸맞은 운영 관리 체계 구축이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상장 기업으로서 요구되는 책임 의식과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법규 준수를 넘어 기업 경영 윤리와 지배구조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백 대표의 방송가 갑질 의혹은 그의 막강한 영향력이 때로 부적절하게 행사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공익적 활동을 표방한 프로그램이 연돈볼카츠 사업화처럼 결과적으로 사익 추구로 이어졌다는 비판은 공적 역할과 사적 이익 간 경계 설정 실패를 보여준다.

내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임원의 술자리 면접 요구 및 성희롱 의혹은 조직 내 그릇된 권력 관계와 윤리 의식 부재를 드러낸 충격적 사건이다.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과거 직원 부당 대우 주장 등은 건강하지 못한 조직 문화를 시사한다. 예산시장 프로젝트 관련 사유화 불공정 경쟁 논란 역시 지역 상생이라는 명분 뒤 가려진 문제점을 보여준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백종원 대표가 있다. 그의 성공 신화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더본코리아는 이제 그 명성이 흔들리자 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오너 리스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과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연이은 논란과 주가 폭락 등 위기가 가시화되자 백 대표는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빽햄 생산 중단 문제 임원 배제 500억 규모 상생 지원안 발표 내부 시스템 전면 쇄신 약속 방송 활동 잠정 중단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위기 관리 방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초기 대응은 소극적이었고 일부 해명은 논란을 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과와 대책 발표는 여론에 떠밀린 사후 약방문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비판 여론을 통제하려는 듯한 모습은 오히려 반감만 키웠다. 한 번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발표된 대책의 진정성 있는 이행과 투명한 소통 노력이 절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6일 사실상 방송 은퇴 결정을 내리며 경영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 역시 지켜봐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상장 초기 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 폭락한 주가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반영한다. 역대 최대 실적 발표도 추락하는 주가를 막지 못했다. 수천억 원의 시가총액 증발은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가맹점주들은 매출 급감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일부는 오너 리스크 배상 책임을 물어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본사와 가맹점 간 신뢰 관계는 회복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끼며 더본코리아 브랜드 자체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성공 모델로 칭송받던 예산시장 방문객 급감은 백종원 효과가 양날의 검이었음을 보여준다. 백 대표 개인 브랜드 가치 손상과 방송 활동 중단은 그의 영향력 축소를 의미한다.

"뼈를 깎는 쇄신만이 살 길"

더본코리아의 위기는 예견된 것일 수 있다.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윤리 경영 문화 정착 리스크 관리 체계 마련이라는 기본 과제를 소홀히 한 결과기 때문이다. 백종원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안주하며 내실을 다지지 못한 책임이 크다.

더본코리아가 생존을 위한 근본적 변화에 직면한 이유다. 약속한 쇄신안을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담보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기에 지배구조 혁신 운영 관리 시스템 전면 재정비 가맹점과의 진정한 상생 관계 구축 윤리 경영 문화 확립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재정비 등 과제가 산적하다. 이는 단순히 몇몇 정책 수정이나 이미지 개선 차원을 넘어선다. 기업 운영 철학과 문화 자체를 바꾸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다만 이번 위기를 뼈아픈 성찰과 실질적 변화의 계기로 삼는다면 더본코리아는 장기적으로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형식적 대응에 그친다면 시장의 외면은 가속화될 것이며 한번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백종원과 더본코리아를 주시하는 가운데, 이제부터는 진정성을 가감없이 보여야 하는 냉정한 진검승부만 남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