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성이 2년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관세정책에 휘둘려 외환시장은 하루에만 무려 10원 안팎의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세 협상 진전 기대로 환율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정국불안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외환시장이 한동안 급격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중 원달러 환율의 평균 변동 폭과 변동률(전일 대비·주간 거래 기준)은 각각 9.7원, 0.67%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로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 2022년 11월(12.3원·0.9%) 이후 변동성이 가장 컸다. 3월(4.3원·0.29%)에 비해서도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환율은 미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주간 거래에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7.6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그러나 이틀 뒤인 11일 야간 거래에서는 1420.0원으로 급락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에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13시간여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는 90일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진정세를 찾았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와 관세 협상을 시작하자 환율은 1410∼1440원대에서 등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2일엔 미·중 통상 협상 진전 기대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인 1405.3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으며, 야간 거래 중 1391.5원까지 내렸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29일(저가 1390.2원) 이후 가장 낮았다.
다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정국 불안에 극심한 널뛰기를 보였다. 서울환시는 이날 급격한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장 시작 달러화는 전일대비 15원 급등한 1436.00원에 개장한 후 한때 1440원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잇따른 사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1400원 선에서 등락하고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통상 협상 진전으로 환율이 내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거나 정국 불안이 심화 될 경우 환율 급등 현상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우선 달러화 가치에 대해서는 "달러화는 박스권 흐름 이어질 것"이라며 "5월 6~7일 FOMC 회의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 충격을 확인 후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돼 외환시장 영향력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된 점도 연준의 적극적인 입장 변화(기준금리 인하)를 제한할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김 수석연구원은 "여전히 미국 관세 정책 요인의 영향력 큰 편"이라며 "미국의 개별국 관세 협상 기조와 자동차 부품 관세 부분적 완화, 중국에 대한 유화적인 신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이 이미 부과한 10% 보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충격이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협상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달러화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입장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점에 비춰, 그는 원달러 역시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4월 수출은 양호했으나 지속되는 관세에 따른 충격 불가피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국내주식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다행히 내국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세 주춤해 상승 압력 역시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각을 세우고 협상을 거부하던 중국이 마침내 협상 여지를 보였는데 이는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그는 "달러 자산 가격이 반등하는 등 미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원화에 약세 요인이지만 현재 원화 가치는 과소평가됐다고 판단한다"며 상반기 환율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6월 말까지 1390∼1450원, 하반기 1360∼146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환율 수준을 6월 말까지 1370∼1500원, 하반기 1300∼1450원으로 전망했다. 변동 폭은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4월 상호관세 부과로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관세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는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와 높은 동조를 보여서 미·중 무역 협상이 중요하다"며 "타결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양측이 요구 사항을 주고받고 있는 만큼 현재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