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쿠팡’으로 불리는 징둥닷컴이 한국에 자체 물류센터를 개설하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징둥닷컴은 앞서 한국에 진출한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핀둬둬의 테무와 함께 중국 3대 이커머스로 꼽히는 기업이다. 이번 징둥닷컴의 한국 진출로 중국 3대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 시장에 모두 진출하게 되며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징둥’ 어떤 기업이길래?

28일 업계에 따르면 징둥닷컴 산하 물류기업인 징둥로지스틱스는 지난 24일 인천과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마련해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판매자들을 위한 물류와 풀필먼트(통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징둥닷컴 측은 인천 물류센터는 한국에서 운영되는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과 미국 소비재 브랜드의 한국 내 물류 업무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천센터의 경우 펫커머스 기업 전용 물류센터로 자동 포장기, 자동 분류 시스템을 포함한 첨단 자동화 기술을 갖췄다는 특징이 있다.
주목할 점은 앞서 이커머스를 통해 한국 진출을 알린 알리, 테무와 달리 징둥 물류사업을 통해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현재 테무는 김포 물류센터를 임차해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운영을 맡겼으며 알리는 물류센터 오픈을 계획 중이다. 한편, 징둥로지스틱스의 라스타마일(최종 소비자 배송) 서비스는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자체 물류센터를 확보한 징둥닷컴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던 테무, 알리와 달리 빠른 배송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중국의 쿠팡이라고 불리는 징둥닷컴은 판매가자 직접 상품을 등록하는 오픈마켓 형식의 알리, 테무와 달리 쿠팡처럼 상품을 직매입해 자체 물류망을 통해 유통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로 징둥닷컴은 중국 내 주문 건의 90% 이상을 24시간 이내에 처리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19개 국가에서 100개 이상의 해외 창고를 운영하며 유럽,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도 2~3일 배송 서비스를 구축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일 배송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징둥로지스틱스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기대한다”라며 “물류 운영의 유연성과 정확성은 핵심 차별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둥로지스틱스는 자동화 역량과 글로벌 운영 전문성을 결합하여 국내 브랜드를 지원하고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징둥닷컴은 물류센터의 ‘지능형 창고 운영 시스템’을 강조했다. AI(인공지능)에 기반한 재고 최적화 시스템은 인기 상품을 회전율이 높은 구역으로 자동 재배치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수요를 예측해 구조를 변화시켜 서울과 인근 지역에 최대 1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게 했다. 이외에도 ‘식품 품목 전용 재고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적인 유통기한 관리가 가능하다.
한편, 1998년 설립된 징둥닷컴은 알리바바그룹,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홀딩스와 함께 중국 3대 C커머스로 꼽힌다. 징둥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1조1588억위안(약 228조7700억원)으로 알리바바그룹(1조192억위안)과 핀둬둬홀딩스(3938억위안)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한국 유통 기업 처음으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한 쿠팡보다 5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유력 경제지인 포천(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7위에 이름을 올렸다.
C커머스 공세 거세지나

징둥의 진출로 인해 중국 3대 이커머스 기업의 한국 진출이 현실화하며 관련 업계에서는 긴장감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진출한 C커머스 기업인 알리와 테무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와중에 징둥닷컴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C커머스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912만9000명으로 3361만8000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한 쿠팡에 이어 종합몰 중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테무는 830만7000명으로 4위다.
이러한 분위기 속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000달러(약114만원) 미만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 주는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며 C커머스의 전면적인 한국 진출에 대한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쿠팡의 40조원 매출이 방증하듯, 한국은 이커머스가 발달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C커머스의 공세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진출 초기만 해도 중국산에 대한 대중의 인식 등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MAU(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면 위기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종식되며 물류센터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징둥닷컴이 해당 센터들을 선점하며 한국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위협적으로 여길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기업을 보면 중국의 내수 부진, K셀러의 높은 경쟁력으로 한국 시장에 관심이 높아 보이기는 한다”라면서도 “테무나 알리의 진출 당시에도 걱정하는 여론이 많았는데 아직 폭발적인 성과를 보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물류센터 하나로 업계 생태계를 흔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