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며 국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소비 시장을 공략하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알테쉬) 등 중국 이커머스 유통 채널들이 새로운 수출 무대로 한국을 공략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가를 앞세운 이들 기업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할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국내 유통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 시장, ‘알테쉬’ 새 무대 되나?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에 104%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800달러(약 114만원) 미만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 주는 ‘소액 관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했다. 이에 다음 달 2일부터는 미국으로 향하는 소액 소포에도 12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 세관이 처리한 14억개의 면세 소포 중 중국산은 60%에 달한다.
미국은 ‘소액 관세 제도’ 폐지는 마약류 펜타닐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국 유통 채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에 반입된 중국의 소액 배송 물품은 7억달러(약 6조3000억원)로 10년 전인 2014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테무의 경우 온라인 광고 효과에 힘입어 지난 2년 동안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아마존, 월마트 등 자국 기업의 입지가 줄어들자, 미국 정부에서 나서 특단의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다름 아닌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라는 분석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쉬인은 그동안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중국산 상품 주문을 일부 취소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한편, 테무와 쉬인은 관세 인상에 따라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무는 “최근 글로벌 무역 규정과 관세 변화로 인해 운영 비용이 상승했다”며 “4월 25일부터 가격 조정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쉬인도 비슷한 공지를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미국 진출에 애를 먹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을 향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최근 경기 불황에 ‘가성비 소비’에 대한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 규모의 온라인 쇼핑 시장이라는 점도 우리 시장의 매력을 키웠다. 그중에서도 이미 한국 직진출을 선언한 알리와 테무, 저가의 패션·뷰티 상품을 앞세운 쉬인의 공세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韓유통업계 촉각 곤두세워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할 경우 유통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경우, 국내 유통 채널들의 점유율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발 해외직접구매(직구)액은 7억86000만달러(약 1조11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액수인 7억500만달러(약 1조43억원)대비 11.5% 증가했다. 해당 기간 전체 직구액이 4.4%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직구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9.6%에서 57.9%로 높아졌다. 이는 분기 대비 역대 최고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계가 대규모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며 국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경우, 이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유통 채널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중국산 상품이 한국 시장을 경유하며 자국 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이른바, ‘택갈이’(태그 바꿔 달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국내 중소제조업이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 관세청은 이를 우려해 향후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상품의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알테쉬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몸집 키우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테무다. 테무는 지난해 2월 ‘로컬 투 로컬(L2L) 사업’ 전개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경기도 김포시 대형 물류센터와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한편,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과의 합작법인 출범을 선언한 알리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쉬인의 경우 지난 2월부터 한국 홈페이지에서 자체 뷰티 브랜드인 ‘쉬글램’을 판매하며 카테고리 확장에 나섰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거침 없는 행보에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테쉬의 MAU 증가 추세를 보면 위협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며 “온라인 쇼핑의 경우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동이 쉬워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택 바꿔치기 등이 실제 이뤄질 경우 한국 이미지의 타격이 있다 보니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