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적으로 3000만 톤, 국내에서만 40만 톤 넘게 쏟아져 나오는 폐타이어. 매립되거나 소각되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던 '골칫덩어리'가 첨단 기술을 만나 고부가가치 '검은 황금'으로 재탄생하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자원순환 전문기업 엘디카본(대표이사 황용경, 백성문)이 24일 충청남도 당진시 합덕읍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폐타이어 자원순환시설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가동을 알렸다. 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듯한 1만여 평 부지에 들어선 이 시설은 연간 5만 톤 이상의 폐타이어를 받아 '재생카본블랙(rCB)'과 '열분해유' 등 지속가능한 순환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심장부 역할을 하게 된다.

준공식에는 엘디카본의 혁신적인 도전을 축하하기 위해 환경부 관계자를 비롯해 유종필 창업진흥원장, 오성환 당진시장 등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참석자들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 가치를 창출하는 엘디카본의 행보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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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서 '보물'로… 독보적 기술력 빛났다
엘디카본 당진 공장은 단순한 재활용 시설이 아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까지 입자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첨단 가공 기술을 통해, 타이어의 핵심 원료인 카본블랙을 '재생'해낸다. 

기술력 덕분이다. 실제로 엘디카본이 국내 유일하게 보유한 '폐타이어 무산소 열분해' 공정은 고품질의 '그린카본블랙(GCB)'과 친환경 '열분해유', 그리고 아스팔트 도료나 분철 등 다양한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연금술'과 같다. 

기존 화석연료를 불완전 연소시켜 만들던 카본블랙(vCB)은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연간 4200만 톤)를 배출하고 경제적으로도 연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유발했다. 그러나 엘디카본의 GCB는 넷제로(Net-Zero)에 가까운 공정을 통해 동일한 양을 생산할 때 기존 방식 대비 최대 3만 2000톤 이상의 탄소를 저감하는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 향후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까지 접목되면 완벽에 가까운 탄소중립 실현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엘디카본은 이미 경북 김천의 파일럿 시설 운영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와 노하우를 축적했으며, 환경 선진국인 독일, 스웨덴 등의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사진=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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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미 '엘디카본' 주목… 지속가능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다
버려진 폐타이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엘디카본의 비즈니스 모델은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성장 잠재력도 높게 평가받는다. 2030년까지 재생카본블랙(rCB) 시장은 연평균 65% 이상, 열분해유 시장은 20%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및 타이어 기업들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재생 원료 사용 로드맵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타이어 원료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카본블랙을 GCB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엘디카본의 GCB는 유럽의 엄격한 친환경 인증 'ISCC PLUS'를 획득했으며, 이미 국내 대표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주력으로 납품되고 있다. 미쉐린, 브릿지스톤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납품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열분해유 역시 ISCC 인증을 받아 SK인천석유화학에 10년 치 예상 생산량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기술력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엘디카본은 창립 초기부터 정부의 주목을 받으며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 '국가대표 혁신기업 1000', '도전! K-스타트업' 대통령상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토요타 자동차의 투자 기구인 우븐 캐피탈 등이 참여한 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포함, 현재까지 누적 7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의 신뢰를 증명했다.

한편 엘디카본은 이번 당진 공장 준공을 계기로 지역 사회와의 상생에도 적극 나선다. 인근 합덕고등학교와 채용 연계 MOU를 체결하는 등 지역 인재 고용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백성문 엘디카본 대표는 준공식에서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규모의 제조 시설을 갖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흔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서울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이곳 당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비수도권 연고 기반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폐타이어라는 골칫거리를 혁신 기술로 풀어내며 환경 보호는 물론, 경제적 가치와 지역 상생까지 추구하는 엘디카본. 당진에서 문을 연 아시아 최대 순환자원 공장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친환경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기지로 발돋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