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인 예대금리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 마진 확대가 실적 고공 행진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에도 ‘이자 장사’ 비판 속에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4조8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4조2915억원보다 13.8% 늘어난 규모다.
기준금리가 인하 국면에 들어섰으나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디게 내려가면서 예대금리차가 커져 은행의 이자수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개선과 지난해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며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도 견조한 수익 구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는 작년 초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에 힘입어 올해 1분기 1조5806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1조632억원에서 48.7% 늘어난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는 1조3478억원에서 1조4711억원으로 9.1%, 하나금융지주는 1조416억원에서 1조637억원으로 2.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비중이 90% 안팎에 달하는 우리금융지주만 순익이 8389억원에서 7704억원으로 8.2% 줄어들 전망이다. 작년 ELS 손실의 타격이 가장 작은 데다, 최근 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 수익성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4대 금융은 올해 17조6197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16조5268억원이었던 1년 전보다 6.6% 증가한 규모다.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울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286억원으로 처음 5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조4196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도 4조5582억원에서 5조581억원으로 순이익이 10% 넘게 늘어 KB금융과 함께 나란히 5조원 클럽에 진입할 거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3조9205억원, 우리금융은 3조2215억원의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전보다 각각 4%, 1.6%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예대금리차는 작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7개월 연속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낮추며 3년여 만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에 나선 뒤 예금금리는 꾸준히 하락해 1%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2.15~2.65%로 집계됐다. 전달 평균인 2.89~2.94%보다 0.29∼0.74%p 떨어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0.25%p 인하했던 지난 2월에는 연 2.91~3.02% 수준이었다.
만기가 짧은 단기 예금금리는 이미 연이율이 1%대까지 내려왔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기본 금리는 1개월 기준으로 연 1.80%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대출금리는 약 0.1%p 하락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07~5.59%로 나타났다. 연 4.13~5.83% 수준이었던 지난달 말과 비교해 금리 하단이 소폭 내리는 데 그치면서 여전히 최저 금리 4%대가 이어지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3.35~5.08%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0.1%p가량 낮아지는 사이 예금금리는 그 3배에 달하는 0.3%p 이상 떨어진 셈이다.
대출금리 인하 속도가 예금금리 하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때문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월별·분기별 경영 목표에 맞춰 가계대출 총량을 제한 관리 중이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재지정 기간에 늘어난 주택 거래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달 이후부터 가계대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가계대출 관리가 중요해졌다.
은행권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예대마진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4대 은행의 정책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 평균은 1.36%p로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한 지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할 거라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주요 금융지주만 실적 잔치를 벌일 경우 상생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7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은행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에 지급준비금, 예금보험공사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포함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회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의 정책 조언 그룹(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 금융 분과가 최근 주요 아젠다 설정을 위한 초기 의견 수렴을 시작하면서 ‘횡재세’와 ‘상생 기금’ 등이 공약으로 거론된다.
KB금융은 24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5일에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