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 종합통장 홍보 간판 앞에 한 시민이 고개를 떨군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주택청약 종합통장 홍보 간판. 사진=연합뉴스

주택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년 9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혜택 확대와 3기신도시 본청약을 앞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주택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예·부금) 가입자 수는 2643만8085명으로 전월(2643만3650명) 대비 4435명 증가했다. 청약 가입자 수가 2022년 6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859만927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월까지 연이어 하락했다.

감소 원인으로는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는데 다 당첨 가점도 높아지면서 당첨 확률이 낮아진 점이 지목된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민간 분양아파트 당첨 가점 커트라인(하한선)은 평균 50.9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점수다. 서울 아파트의 당첨 커트라인은 63점으로 조사됐다. 3인 가구 만점이 64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에서 청약 당첨을 위해선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전체 가입자 수는 증가한 반면 장기 가입자인 1순위 가입자는 줄었다. 1순위 가입자는 1월 1761만3574명, 2월 1757만6471명, 3월 1756만306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2순위 가입자는 1월 882만8116명, 2월 885만7179명, 3월 887만7779명으로 늘며 전체 가입자 수 상승을 견인했다.

1순위와 2순위는 청약통장의 가입 기간과 납입금에 따라 나뉜다. 가입 기간 기준은 지역별로 6개월∼2년으로 다르다. 2순위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예치 기간이 짧은 청년층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가입자로 볼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중 ‘보유기간 6개월 이하’는 1월 약 122만9471명에서 3월 133만5353명으로 11만명 이상 증가했다.

신규 가입자가 늘어난 이유는 청약 혜택 확대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청약 혜택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이 가입자 유인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이 통장과 연계한 대출 상품인 '청년주택드림대출'이 출시됐다. 이 통장을 이용해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80%(3억원 한도)까지 2%대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1000만원 이상 납부 실적이 있고, 통장 가입 후 1년이 지나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 대상 청약 혜택 확대도 청약 가입자 수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부터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신생아 가구는 공공분양 시 일반공급의 절반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또 민영주택 분양에서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이 기존 18%에서 23%로 늘었고 신생아 우선 공급 비율은 20%에서 35%로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올해 3기 신도시 본청약을 앞둔 기대감도 가입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의 본청약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에서 올해만 총 8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3기 신도시가 올해 본격적으로 청약에 들어가는 만큼 이를 노리고 신규 가입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6억원 이하 물량이 나오는데 3기 신도시에서도 59㎡ 같은 소형 아파트에서 분양가 6억원 이하가 나올 수 있다”며 “이 같은 청약 물량을 기대하면서 미리 가입하는 수요자도 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증가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1순위 가입자 수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년주택드림대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가 6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조건에 부합하는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급된 전국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 17만9412가구 중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아파트는 전체의 52%(9만3365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은 대출 주택 범위에 부합하는 물량이 1.8%에 불과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청년주택드림대출이 허용되는 청약물량이 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대상 확대를 위해 대출 주택 요건 등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