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증가세를 이어가며 11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쌓이면서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선 수요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전국 2만3722가구다. 이는 2013년 9월(2만4667가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전년 동기(1만1867가구) 대비 99.9%(1만1855가구) 증가했으며 전월(2만2872가구)과 비교하면 6.1%(1392가구) 늘었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의 80.8%는 지방(1만9179가구)에서 나왔다. 건물을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아파트 10채 중 8채는 지방에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3067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2502가구), 경남(2459가구), 전남(2401가구), 부산(2261가구), 제주(1658가구), 충남(1157가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2212가구, 인천 1679가구, 서울 652가구로 집계됐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수도권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월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4543가구로 전월대비 2.2% 증가한 반면 지방은 1만9179가구로 한달 새 4.1%(753가구)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지방(100.2%)이 수도권(98.82%)보다 컸다.

전국의 일반 미분양은 7만6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8.0%(5187가구) 증가했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3.5%(2563가구) 감소했다.

지방 미분양 증가로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공사비는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준공 이후 분양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올해 들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건설사 중에는 대저건설, 제일건설, 대흥건설 등 지방의 대표 건설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2월 LH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약 3000가구 매입하고,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제공, 상반기 중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 출시 등이 담긴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내놨다.

다만 업계에서는 LH의 매입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시간이 걸릴 전망인 데다 지방의 경우 적체된 물량이 워낙 많아 3000가구 매입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CR리츠도 상품성이 있는 미분양 물량 해소에 효과 있을 뿐 장기간 적체된 악성 미분양에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입지나 가격 등의 측면에서 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악성 미분양으로 지방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대책처럼 파격적인 세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집계 이래 최고치인 16만5599가구 기록했다. 미분양 문제가 커지자 당시 정부는 2009년 2월부터 1년간 취득하는 미분양 주택을 5년 내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폈다. 또 전국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등록세도 50% 감면했다. 이후 미분양주택은 2010년 8만8706가구로 2008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 가격에 하방 경직성이 있어야 구입할 의사를 보일 텐데 경기 회복이 더디고 금리도 본격적으로 인하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에 미분양이 많이 쌓였을 때 양도세 면제, 등록세 대폭 감면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있었는데 효과를 내기 위해선 이런 조치들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