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중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50원 오른 1550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만성적인 운영 적자에 시달려 온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누적 적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회가 최근 '도시철도 운임범위 조정에 대한 도의회 의견청취안'을 통과시키면서 요금 인상의 최대 난관이 해소됐다. 향후 경기도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요금 시스템 운영사인 티머니가 약 두 달간 시스템 변경 작업을 진행한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말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과 협의해 정확한 인상 날짜를 결정, 6월 중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인상은 2023년 10월 150원 인상(1250원→1400원)에 이은 2단계 조치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시행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따라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황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판단 아래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태는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무려 18조9000억원으로, 19조원에 육박한다. 작년 한 해에만 72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0%나 급증한 수치다. 총 부채는 7조3474억원에 달해, 매일 3억원이 넘는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정난의 근본 원인으로는 급증하는 운영 비용 대비 장기간 동결된 요금 체계가 꼽힌다. 전기료, 인건비 등 필수 운영 비용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시민 부담을 고려해 요금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교통공사 내부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번 150원의 요금 인상만으로는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배경이다. 그런 이유로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요금 현실화와 함께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 보전(PSO)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수년째 호소하고 있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노인 등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 이용객의 약 17%(하루 평균 751만 명, 2023년 기준)를 차지하며, 이로 인한 연간 손실액은 약 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무임수송 문제는 최근 서울시의회 주최 토론회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등 해법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984년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 대상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이후 40년간, 해당 연령 인구 비율이 6배 이상 급증하면서 공사의 재정 부담도 비례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론회에서는 최근 5년간 관련 누적 손실액만 약 1조 529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제시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공개된 시민 여론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윤영희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 시민 10명 중 6명(64%)이 현행 65세인 무임승차 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했으며, 적정 연령으로 70세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연령 상향 찬성 이유로는 '미래세대 부담 증가'(39%)와 '사회적 인식 변화'(37%) 등이 주로 언급됐다. 이에 윤 의원은 연령 기준 재검토와 함께 이용 조건 조정, 비용 분담 정책 도입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한성대 남두희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단순히 연령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취약계층 노인에게 실질적 혜택이 가도록 복지 차원에서 제도를 재설계하고, 이를 기후동행카드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는 여전히 뚜렷했다. 임세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사무처장은 "지하철 적자의 근본 원인은 세계 최저 수준의 낮은 요금이지, 노인 무임승차가 아니다"라며 "적자 문제를 노인 탓으로 돌려 공공의 적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오히려 대전시 사례를 들며 서울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까지 무임승차 확대를 요구했다.
반면 박주선 서울시 도시철도과장은 연간 2조9000억원의 운영비용 대비 수입은 1조9000억 원에 불과한 현실을 언급하며, "저렴한 요금과 무임승차 모두 적자의 원인"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무임승차가 노인복지법에 근거하고 국민의 이동권에서 비롯되는 만큼, 입법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재차 국비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임수송 손실 보전 방안을 두고 지자체와 노인단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중앙정부는 여전히 "지하철 운영은 지자체 사무"라며 PSO 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매년 4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교통공사의 적자로 쌓여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재원 대책 없는 무임손실 누적은 결국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유지보수 및 시설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무임수송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