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사진=JB금융그룹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사진=JB금융그룹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 회장님들의 자사주 매입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보유 비중으로는 김기홍 함영주 진옥동 양종희 회장 순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BNK·iM·JB 등 7개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소유한 자사주는 총 30만2595주로 나타났다. 이는 총발행 주식 수(26억919만5372주)의 0.012% 수준이다.

지주사별 발행주식 대비 보유 비중을 보면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0.083%(16만 주)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 0.024%(4만727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0.016%(5만1885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0.005%(1만5132주),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1만8937주(0.004%), 양종희 KB금융 회장 0.002%(5914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0.001%(1만 주) 순이었다.

특히 김기홍 JB금융회장은 취임 이후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6일 김 회장은 연말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받고 시장에서 자사주 1만2127주를 추가 매입함으로써 JB금융지주 주식 총 16만주(0.083%)를 보유하게 됐다. JB금융은 “김 회장이 책임경영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를 취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업 위한 '회장님'들의 고군분투

4대 금융지주 본사. 출처=각사
4대 금융지주 본사. 출처=각사

이같은 자사주 매입 릴레이는 공식적으로는 2023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온 ‘밸류업’을 표방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점점 짙어지면서 정부와 금융지주사들은 기업 가치를 키우기 위해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부터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고, 그 결과 제조업 등 타 권역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이 확장됐다.

특히 지난해 벌어진 탄핵정국은 한국 자본시장 가치에 치명타를 입혔다. 4대 금융그룹 시총은 일주일 새 14조 원가량 증발하는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국내외 정치가 망쳐놓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느라 외국인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투자설명회(IR)를 벌이고 자사주 매입까지 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소각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긍정적인 판단 요소로 인식하게 된다.

역대 최대 실적 올린 금융지주들의 똑똑한 전략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다만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들이 똑똑하게 법인 이익을 처리하는 방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익잉여금이 과도해지면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급여나 배당 등을 통해 잉여금을 줄여야 하는데, 배당 소득세 문제가 있는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소각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가를 견인시킬 수 있고 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한다.

실제로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10개 금융지주사(KB, 신한, 하나, 우리, NH, iM, BNK, JB, 한국투자, 메리츠)의 지난해 연결 순이익은 23조84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1조5246억원) 대비 10.8%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도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7조6197억원이다. 작년(16조5268억원)보다 6.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