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유럽을 오가는 유일한 정기노선을 운영하는 핀에어가 노선 확장에 나섰다. 한국에선 방문하기 어려웠던 노르웨이를 포함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방문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무기한 연기된 부산~헬싱키 노선 재개도 기대를 받고 있다.

15일 현재 핀에어는 내년 3월부터 헬싱키 경유 노르웨이 알타 노선을 신규 취항 하고 기존 동계 시즌에만 운영되던 트롬쇠(Tromsø) 노선을 하계 시즌에도 운영한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덴마크 코펜하겐은 주 7회,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Reykjavik)는 주 2회 추가 운항한다.

데이터를 매우 중시하는 인물인 투르카 꾸우시스토가 지난해 7월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가운데 동아시아에서 핀에어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국가인 한국이 더 관심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 핀에어
출처 = 핀에어

"북유럽·서유럽 가는 길은 핀에어"

핀에어는 북유럽을 포함해 유럽으로 가는 빠른 관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 차원에서 유럽 내외 이동을 막론하고 빠른 비행시간을 최고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과 핀란드를 비행한 운항편은 2024편으로 약 49만 명이 오갔다. 같은 기간 동유럽권인 헝가리(약 38만 명), 체코(약 19만 명), 폴란드(약 39만 명), 대양주인 뉴질랜드(44만 명)를 오간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 인천-헬싱키 노선은 약 9~10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현재는 러시아 영공 우회로 각 13시간 정도가 걸린다. 러시아를 피해 북극항로로 돌아가는 탓이다. 그럼에도 헬싱키 반타 공항이 용이한 환승을 자랑해 유럽을 방문하는 이들의 고민을 덜어준다는 것이 핀에어 관계자의 설명이다.

헬싱키 반타 공항. 출처=삼성전자
헬싱키 반타 공항. 출처=삼성전자

실제로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은 다소 복잡한 환승 루트를 가지고 있다. 샤를드골 공항은 터미널 간 이동을 하려면 CDGVAL이라는 자기부상열차에 별도로 탑승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역시 광활한 너비를 자랑하는 공항 중 하나로 환승을 해야 하는 여행객들에겐 충분한 체류 시간이 권유되는 공항 중 하나다.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은 "'100년 무사고' '높은 정시 운항률'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 등 기존 핀에어가 가진 강점을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며 "한 번 이상 핀에어를 경험한 승객들은 한국인에 대한 편리성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다시 핀에어를 이용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韓 친화적인 북유럽 항공사

한국어가 표기돼있는 헬싱키 반타 공항. 사진=독자 제공
한국어가 표기돼있는 헬싱키 반타 공항. 사진=독자 제공

관계자는 지난 2008년 핀에어가 한국에 취항하며 내세웠던 것이 공항 내 한국어 표지판이라고 강조했다. 헬싱키 반타 공항은 한국어 표지판을 유럽공항 최초로 설치한 곳이다.

단순 게이트 번호, 탑승 절차뿐만 아니라 흡연 구역 등의 안내도 한국어로 표기돼 있으며 헬싱키 공항 내 한국어 안내 방송 서비스도 나온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약 50명이 넘는 한국인 승무원들이 근무 중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20명의 운항 승무원을 뽑는 공개 채용에는 약 4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인천~헬싱키 노선만 다니는 등 근무 여건이 까다롭지 않은 것이 이유다. 핀에어는 이에 대해 헬싱키 노선을 이용하는 한국인 비중이 높은 만큼 승무원을 추가로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남성렬 셰프(왼쪽에서 두번째), 승무원들과 한국 노선 취항 10주년 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핀에어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남성렬 셰프(왼쪽에서 두번째), 승무원들과 한국 노선 취항 10주년 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핀에어

부산 운수권도 아직 유효하다. 앞서 핀에어는 지난 2019년 부산~헬싱키 노선을 주 3회 운항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2018년 기준 인천-헬싱키 노선 탑승률이 85% 이상을 기록했으며 한국-핀란드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해당 노선 운항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항공사 노선 신설은 국토부가 관리하는 만큼 전쟁이 끝난다면 부산~헬싱키 노선이 열릴 수 있다는 믿음이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이유다.

항공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러시아 영공을 다시 다닐 수 있게 되면 비행시간이 9시간 정도로 하락해 부산~헬싱키 노선을 재개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 선호하는 CEO… 꾸준한 수요 보여온 韓 시장 확대 기대

투르카 꾸우스시토 핀에어 CEO. 사진=핀란드 LUT 대학
투르카 꾸우스시토 핀에어 CEO. 사진=핀란드 LUT 대학

핀에어 본사는 지난해 7월 투르카 꾸우스시토를 새 CEO로 맞이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45세로 CEO 중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그는 핀란드 내에선 '소방수'로 꼽히는 리더다. 허황된 목표 대신 데이터를 토대로 문제 해결과 결론을 도출하는 성격이며 침체를 겪던 핀란드 내 우편, 물류 서비스 기업이자 포스티를 살려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포스티는 1638년 설립돼 현재 핀란드 내 약 2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우편 기업이다.

꾸우스시토는 지난 9일 핀란드 내 한 대학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어떻게 사람을 통해서 성장하는가"라며 "조직은 항상 유효한 운영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숫자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라며 "조직은 유연성과 위기 회복력을 구축해야 할 줄 알아야 하고 전략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기 또는 연 단위로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르카 꾸우스시토 핀에어 CEO. 사진=핀란드 LUT 대학
투르카 꾸우스시토 핀에어 CEO. 사진=핀란드 LUT 대학

실제로 핀에어는 조종사 파업 이슈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84만명이 넘는 승객수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쿠시스토는 관리자의 역할은 파업 협상 기간에도 회사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숫자와 데이터를 중시하는 그의 성격에 따라 핀에어는 지난 1월 멕시코 노선을 확대하고 아메리칸 항공과 멕시코 시티, 몬테레이 등 노선 공동 운항을 시작했다. 꾸준한 수요를 보여온 한국 시장 확대도 기대를 받는 이유다.

퍼투 졸마 핀에어 네트워크 부문 부사장은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한국 여행객들이 북유럽 여행을 더 편리하게 즐기고 그 매력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핀에어는 승객들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북유럽 대표 항공사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