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의약품시장에서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 CDMO 사업은 기존 신약 개발에 비해 리스크가 적고 마진율도 높아 미래 먹거리로서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약사들의 철수가 예고되면서 미국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 

특히 바이오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면서 대체 공급망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CDMO 선발 주자 기업들은 일찌감치 수주를 확대하고 시설을 증축하며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서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서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관세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패권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이 생물보안법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업계, 단계적 관세 ‘기대’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그는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 “반도체와 다른 품목들을 국내에서 생산하려고 한다. 의약품도 미국에서 생산돼야 한다”며 “외국 기업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도록 하며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제약기업도 자국으로의 제조시설을 전환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입 의약품에 대한 단계적 관세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알루미늄, 철강 등에 단계적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 산업 규제 정책을 추진해왔던 만큼 중국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국 생물보안법 논의 재개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미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NSCEB “중국 기업과의 협력 금지해야”

최근 미국 의회 산하 신흥 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는 위원회 보고서의 핵심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한 법안을 상원과 하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국 바이오기술을 육성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촉구하는 핵심 사안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NSCEB는 자국의 바이오기술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 행정부가 바이오산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바이오기술을 이끌었지만 미국이 중국에 뒤처질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 NSCEB의 주장이다.

NSCEB는 “중국이 지난 20년간 바이오 분야를 육성하면서 빠르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향후 5년간 최소 150억달러(약 22조원)를 바이오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만한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미 하원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제재하는 생물 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일명 바이오 안보법으로도 불리는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1월 상원과 하원이 미국인의 개인 건강과 유전 정보를 정부가 우려하는 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이다. 대상기업으로는 중국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MGI, 컴플리트제노믹스 등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3월과 5월 각각 미국 상·하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규칙 정지 법안으로 포함되며 법 제정 수순을 속도감 있게 밟았지만 12월 상원에서 부결됐다.

생물보안법 추진 시 국내 CDMO 기업 수혜 전망

하지만 최근 의회 산하 위원회가 중국 바이오 산업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생물보안법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 일절 금지된다. 

이에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기업을 대신해 국내 CDMO 기업이 반사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 국가 중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중국이 배제되면 국내 기업이 미국의 새로운 공급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 산업 협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5곳 중 4곳은 제조 요소를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 바이오 기술 국가안보위원회 보고서는 지난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한 생물보안법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하는 내용으로 판단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바이오산업 내 중국 기업 배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을 배제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에스티팜, 마이크로디지탈 등 CDMO를 비롯한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의 가치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