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외 시장을 노린다. 압도적인 인구와 국가 너비를 자랑하는 인도가 주인공이다.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우리에게 닥쳐올 도전들로 인해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가운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14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의 월간 판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에서 현대차는 15만 3550대, 기아는 7만 5576대를 팔아 양사 합산 총 22만9126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는 지난 2019년 8월 인도에 진출한 뒤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사람(人) 있는 곳에 車 있다

인도는 미국, 중국에 이은 전 세계 자동차 3위에 해당하는 시장이다.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이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률이 비상한 이유다.
세계은행은 FY2025/26 인도의 예상 경제 성장률을 6.7%로, IMF는 6.5%로 평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인 2.7%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주요 7개 신흥시장국(브라질, 중국, 러시아 등) 평균 경제성장률인 4.1%보다 높은 수치이다.
내수 시장도 성장 중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 3월 '2024년 세계 자동차 생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도는 견고한 성장세로 2.9% 증가한 601만 대를 생산했다며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내수 시장과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조기지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인도 내수 시장은 523만대로 지난 2023년 대비 2.9%가 늘어났고 수출은 81만 6000대로 2023년 보다 9.4% 증가했다. KAMA는 인도의 내수 시장은 지난해 전 세계 기준 3위라며 한국의 내수시장이 인도만큼 거대하지 않다고 내수 시장의 크기를 평가했다.

현대차는 미리 움직인 덕을 보고 있다. 2023년 제너럴모터스(GM) 푸네공장을 인수해 연산 20만대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가동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 공과대학교와 함께 '현대 혁신센터' 공동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인도에 특화된 마이크로모빌리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점유율은 현대차가 13.0%, 기아가 6.4%로 합산 19.4%를 기록했고 판매량을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는 현대차가 마루티에 이어 2위, 기아가 6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 SUV 모델인 '크레타'가 4만 8449대, 베뉴가 3만1195대 팔려 베스트셀링 모델이 됐다. 기아도 쏘넷 2만2497대, 셀토스 1만1441대, 카렌스 1만6352대 등을 기록했다.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월 타운홀 미팅에서 "인도 정부의 '빅시트 바라트(Viksit Bharat·발전된 인도) 2047' 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2030년 글로벌 전기차 200만대 판매에 인도 시장이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꿈과 희망만 가득한 땅 아니다… 인도, 리스크도 혼재

고민도 있다. 인도가 '홈 그라운드'인 타타 모터스와 마힌드라의 존재감이 대표적이다. 타타 모터스는 SUV 모델인 ▲넥슨 ▲펀치 ▲해리어 ▲사파리 등을 통해 인도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인도 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순한 빈부격차를 넘어서 농촌-도시 간 생활 격차가 큰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루타 스즈키 인도 지사 파르토 바네르지 영업 담당 임원은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농촌 지역의 소매업 성장률이 15%를 기록한 반면 도시 시장의 성장률은 2.5%에 그쳤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인도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 역시 "도시 지역 구매자는 선루프, ADA, 커넥티드 기술이 탑재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SUV나 프리미엄 해치백을 선호하지만 가격에 민감한 시골 지역 구매자는 좋은 재판매 가치와 연비를 제공하는 해치백과 보급형 세단을 선호한다"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가격에 예민한 농촌 소비자들이 현대차에 비해 타타 모터스의 50만 루피(약 830만원) 차량, 마힌드라의 49만 루피(약 813만원) 차량 등을 선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지표는 수치로도 보인다. 지난 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는 3월 4만2511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해 타타 모터스(4만8462대), 마힌드라(4만6297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기능성과 실용성에서는 우수하지만 인도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화 상태인 도로도 문제다. 인도에서 가장 혼잡한 4개 도시인 벵갈루루, 푸네, 뉴델리, 뭄바이의 평균 차량 출퇴근 속도는 시속 20~25㎞로 전 세계 평균인 35~40㎞에 비해 낮은 속도로 달린다. 이미 인도 뭄바이, 뉴델리 등은 수 년 전부터 악명 높은 교통 체증 지수를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사륜차보단 이륜차가 더 성행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6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정부는 뭄바이 및 기타 도시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의 오토바이 택시 운영을 승인했다"며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당 GDP와 가계 가처분 소득의 증가는 구매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인도 내 이륜차 시장의 성장에 엄청난 잠재력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측은 "인도 대도시에는 도로 1㎞ 당 100대 이상의 차량이 있고 인도의 교통 체증 문제는 인도 자동차 보급률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라며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늘어나야 하나 인구 1000명 당 버스는 1.2대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