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11시22분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됐다. 취임한 지 1060일 만이자 '12·3 비상계엄 선포' 후 122일 만이다.
주요 외신들은 헌재 판결이 한국 정치에 있어 깊은 균열을 드러냈던 수 개월간의 헌정 위기를 종식시키고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줬다는 등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외신들은 국내 사회적 균열이 깊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선까지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의 무역 전쟁 부터 북한과 러시아간 군사협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외교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 궐위 60일 이내에 선거를 해야 한다는 헌법 68조에 따라 6월 3일 대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다음달 11일 최종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5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수 개월간의 정치적 혼란 종식됐지만 균열은 깊이 남아 있을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헌재 판결은 수개월간 지속된 정치적 혼란을 종식시켰고 한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길을 열었지만, 계엄령으로 시작된 정치적 위기는 한국의 양극화된 정치에 깊은 균열을 드러냈고 이는 치유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다음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새 대통령은 깊이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엄청난 과제와 함께 트럼프의 관세를 다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헌재의 결정으로 민주주의 체제는 확고히 유지됐지만,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G20 국가 중 튀르키예, 프랑스에 이어 고위 정치인이 추방된 세 번째 사례"라며 "윤 대통령의 경우 민주주의 자체의 준수 여부에 대한 혐의였으며, 그의 지지자들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파면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대통령은 혼란을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재판과 선거는 윤 대통령의 행동으로 인해 불붙은 사회적 분열을 치유할 가능성이 낮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치는 낮아지고 트럼프와의 관계를 구축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Guardian)은 이번 판결로 정치불안이 일단락된 듯 보이나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나온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국민들이 기뻐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을수 있다"면서도 "다가올 대선에서 후보와 유권자들이 지난 4개월 동안의 적대감을 잊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이어 매체는 "새 대통령은 분열을 치유하고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재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윤 대통령 파면으로 차기 지도자 경쟁 시작됐다"며 "수 개월간의 정치적 불확실성 끝에 윤 대통령이 헌재 판결로 파면되면서 한국은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명확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WSJ는 "현재 한국은 트럼프 관세, 북한과의 긴장 고조, 첨예한 당파 분열로 인해 경제적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다"며 "새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관계 정상화, 분열 치유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외신들과 유사한 평가를 했다.
바클레이는(Barclays)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강력한 법치주의의 재확인했다"고 평가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경제 흐름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관심이 대선으로 이동하고 트럼프 관세에 따른 외부 충격을 감안할 때 경제정책 조합이 부양기조로 더욱 무게 중심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10조원의 추경 보다 큰 20~25조원을 예상하며 한은도 5월경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JP모간(JP Morgan)은 이번 헌재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크게 감소하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헌재가 의견 불일치가 아닌 만장일치로 결정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감소했다"며 "정치적, 제도적 안정성이 법적틀 내에서 회복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했던 소비 및 기업심리 하향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미국의 상당한 관세 부과 등 외부적 어려움, 국내 경기 불황 및 산불 복구 필요성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HSBC는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국내 경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대외 악재로 심리 회복은 느릴 소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HSBC는 "이번 판결은 한국의 정치, 정부 정책, 금융시장에 있어 어느 정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관세 역풍이 커지고 있어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정치적 갈등이 가라앉는 속도는 다소 느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일부 상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온 4일 주식시장이 약세로 마감한데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은 트럼프 관세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헌재 탄핵 판결에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됐는데, 당초 불확실성 제거로 매수 등 회복을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특히 판결 이후의 코스피와 코스닥의 매도세가 커진데 대해 "관세 우려로 초점이 옮겨간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