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 건설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한 건설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종합건설사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종합건설업체 160곳이 폐업을 신고하며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사비 급등과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수주 감소가 맞물리며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3월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60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종합건설사 1.8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2011년(164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134건)과 비교하면 19.4% 증가했다.

최근 5년간 1분기 폐업 신고 수는 ▲2020년 79건 ▲2021년 77건 ▲2022년 72건 ▲2023년 119건 ▲2024년 134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까지 80건을 밑돌던 폐업 건수가 2023년부터 100건을 넘어서며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 대부분은 폐업 사유로 ‘사업포기’를 들었다. 더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폐업 건수가 증가한 배경에는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영업이익 악화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자잿값이 크게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4로, 2020년 2월(99.8) 대비 약 31.3% 올랐다. 이 지수는 건설공사 물가 변동 분석의 기준으로 건설 공사에 들어가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다.

2015년 2월(85.47)부터 2020년 2월까지 5년간 건설공사비지수가 16.7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5년간 상승률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기업·중소기업 미수금 동향. 사진=대한건설산업연구원
대기업·중소기업 미수금 동향. 사진=대한건설산업연구원

여기에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계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3월 건설 브리프(BRIEF)’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이자 비용은 2022년 금리 상승기를 기점으로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공사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됐고,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미수금도 증가하고 있다고 건정연은 설명했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은 공사를 하고도 받지 못한 미수금이 크게 늘었다. 최근 2년간 대기업의 미수금은 2배 미만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의 미수금은 4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 압박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부터 적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 이자비용과 미수금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건정연은 진단했다.

건설업계 불황으로 중견 건설사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들어 100위권 내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침체로 공사 물량이 줄고 공사비도 크게 오르면서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사업이 위축돼 폐업한 업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경기 침체가 시장적인 요인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도 있다”며 “정국이 안정화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