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지진 발생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를 걷고 있는 남자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지진 발생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를 걷고 있는 남자 모습 /EPA=연합뉴스

3월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8.2의 강진으로 인접국 공급망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장기간 지속중인 홍해 사태와 더불어 글로벌 물류 병목현상을 일시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시선이다. 

미얀마 현지는 아직 정확한 피해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미얀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 이상일 확률을 69%로 산정했다. 10만명 이상일 확률 역시 34%로 높다. 물류 관련 인력과 인프라가 무사하리란 기대를 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 네피도는 5일에서야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제2도시 만달레이 공항은 4일 오전부터 간신히 운항 재개됐다. 현지 언론에서는 인접 국가들 간 물류 경로가 대규모로 붕괴됐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얀마는 태국과 중국을 잇는 주요 육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류 전문 미디어 로지브리지에 따르면 방콕발 트럭 운송은 최소 3일 이상 지연이 예상되며, 이미 대체 루트로 라엠 차방 항만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중국 핵심 사업도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태양광 소재 산업이 있다. 태양광 소재는 중국이 글로벌 점유율을 대부분 차지한 분야로, 이번 지진이 서부 윈난성과 쓰촨성을 타격하며 생산 라인이 멈췄다.

중국 모듈 제조업체 징코솔라홀딩스는 "주요 웨이퍼 제조업체들이 장비 고장으로 생산을 중단했으며, 수리에는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웨이퍼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징코솔라홀딩스는 "현재 태양광 설치 성수기라 지진 이전에도 가격이 6.7% 가량 상승 중이었는데, 지진으로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공급망 타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과 미얀마 국경을 연결하는 미얀마의 아바 다리가 무너지면서 태양광 PV 재료 운송이 중단됐다. 중국 저장성에서 미얀마로 운송되는 PV 모듈은 현재 대체 항구로 운송되고 있으며, 운송 비용 역시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 피해 수습이 장기화되며 해당 지역 물류 차질도 오래 지속되리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3년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을 돌아봐야 한다. 당시에도 미국 지질조사국은 사망자 1만명 이상일 확률을 63%로 산정한 바 있다. 튀르키예 대지진은 5만9000명의 희생자를 냈고, 아직까지 정치적 사회적으로 사고 여파를 수습 중이다. 미얀마는 오랜 내전으로 튀르키예보다 정국이 불안한 데다, 국가 경제력도 미약한 만큼 인프라 복구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더불어 내진 설계도 튀르키예보다 미흡하기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튀르키예 대지진은 글로벌 물류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항구와 공항이 폐쇄되고 도로교통이 마비됐다. 유럽의 니어쇼어링 거점이었던 튀르키예의 재앙으로 인근 지역에 단기간 공급망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미얀마 지진이 글로벌 물류에 일시적으로 병목 현상을 일으키더라도, 장기간 마비시킬 위험은 낮은 편이다. 튀르키예와 달리 니어쇼어링이 활성화되지 않았을뿐더러, 해상물류 분야에선 아직 주변에 유의미한 타격을 줬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항구인 양곤은 지진이 감지되긴 했어도 인프라 피해는 적은 편"이라며 "해상물류가 마비되리 않는 한, 현지 진출 기업을 제외하곤 리스크가 막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 해상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꾸준히 하락하다 소폭 상승했을뿐, 급격한 변화를 보이진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