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K푸드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하던 국내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라면·김치 등 수출 효자 품목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미국에 생산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수출 의존형 기업과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상호관세 25% 부과 소식에 식품업계 비상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 등 국가별 관세율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기업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되는 이번 상호관세는 기본관세와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관세로 나뉜다.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불공정 무역국에는 추가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대부분이 기본관세 이상의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한국에 부과되는 상호관세 25%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24%)보다도 높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 관행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라면서 “미국의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가 적용되자 식품업계는 당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치·라면 등 K푸드 수출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라면은 지난해 대미 가공식품 수출 1위를 차지했으며, 김치 역시 지난해 일본을 처음 제치고 미국 시장이 최대 수출국으로 비중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에 따라 K푸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K콘텐츠 인기로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식품을 소비하기 시작하며 K푸드도 날개를 달던 상황이었다”며 “25%라는 고율의 관세로 K푸드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그간 미국 수출 계획에 차질에 생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의존형·중소기업 타격 불가피 전망

그나마 미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갖춘 기업은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 미국산으로 분류돼 수입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내 20여개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농심도 미국에 제1공장과 제2공장을 통해 각각 5억개, 5억1000만개 등 연간 총 10만1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대상의 경우 2022년 미국 LA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반면 미국 내 생산기반이 없이 수출 의존도가 큰 기업들은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미국 법인 매출은 2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내 생산 시설이 따로 없고, 국내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하던 터라 실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또는 ‘손해 감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음식료·유통 애널리스트는 “미국 노출도가 높은 식품기업은 대부분 미국 현지 생산이고 유일하게 삼양식품이 수출”이라며 “현지 생산 기업은 영향이 적고 삼양식품은 관세 영향으로 일부 실적 전망이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소 식품기업에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은 일정 수준의 손실을 감내하면서 장기적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렵고 물류·생산 구조를 단기간 바꾸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사후 조치에 따라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민관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잘하면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협상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 특히 현지에서의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이제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바가 정리됐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협상할 틀이 마련됐다”며 “민관 원팀이 정확한 기획과 판단, 톱니바퀴 같은 준비를 통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