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가장 뜨거운 전선으로 부상한 틱톡(TikTok) 미국 사업부 매각 협상이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가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최종 매각 시한인 4월 5일이 다가오면서 워싱턴과 베이징,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억7000만명 미국 사용자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이 거대 소셜 플랫폼의 운명은 이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그런 이유로 틱톡 인수전은 단순한 기업 인수 문제를 넘어 데이터 주권, 기술 표준, 글로벌 영향력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는 한편 향후 국제 질서에도 중대한 파장을 예고할 전망이다.

매력적인 플랫폼, 그리고 위험한 소유권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틱톡에 주목하는 이유는 양면적이다.
먼저 틱톡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짧은 동영상 형식으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으며 문화적 현상이 되었고, 단순 오락을 넘어 콘텐츠 생성, 유통, 소셜 커머스, 뉴스 소비의 핵심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강력한 사용자 기반과 여기서 파생되는 막대한 데이터는 인수 기업에게 차세대 성장 동력을 약속하는 황금알과 같다.
문제는 주체다. 이 매력적인 플랫폼의 소유권이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에 있다는 점이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강력한 매각 압박을 가한 배경이다.
핵심 우려는 중국 정부가 자국의 국가정보법 등을 근거로 바이트댄스를 통해 미국 사용자의 민감한 데이터(개인 식별 정보, 생체 정보, 검색 기록, 위치 정보, 연락처 등)에 접근하거나, 여론 조작 및 선전 활동에 틱톡의 강력한 추천 알고리즘을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는 단순한 기우를 넘어, 닐 고서치 연방 대법관의 의견서에서도 구체적으로 지적될 만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틱톡이 사용자 동의 없이도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2024년 4월 바이든 행정부 당시 '외국 적대국 통제 앱으로부터 미국인 보호법(PAFACA)'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이 법은 바이트댄스에게 틱톡의 미국 사업부를 분리 매각하도록 명시했으며 불응 시 미국 내 앱 스토어에서 틱톡을 퇴출하도록 규정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초 매각 시한은 2025년 1월 19일이었으나 미국 대법원의 합헌 결정 이후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75일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면서 운명의 날은 2025년 4월 5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시한 내 매각 타결을 자신했다. 차라리 미국 기업이 틱톡을 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수전 뛰어든 거물들의 복잡한 셈법 "누가 틱톡 새주인이 될 상인가?"
틱톡 인수전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투자 컨소시엄들이 대거 뛰어들었거나 관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들의 동기와 전략은 각기 다르며, 시한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최종 후보군의 윤곽은 명확하지 않다.
우선 대표적인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오라클(Oracle)은 이미 틱톡의 미국 내 사용자 데이터 클라우드 호스팅을 담당(일명 '프로젝트 텍사스')하며 기술적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무엇보다 틱톡 글로벌 지분 일부도 보유하고 있다. 오라클은 틱톡 인수를 통해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소비자 영역으로 확장하고, 데이터 보안 솔루션 역량을 과시하며 미국 정부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해결사' 역할도 자처할 수 있다. 래리 엘리슨 창업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아마존에게 틱톡은 젊은 소비층 공략, 소셜 커머스 시장 장악, 그리고 자사의 광고 사업 확장을 위한 매력적인 카드라는 점에서 의미도 크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한 반독점 규제 당국의 강력한 조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모바일 광고 기술 기업 앱러빈(AppLovin)이나 인공지능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AI(Perplexity AI) 등 기술 기반 기업들도 뛰어들었다. 각자의 사업 영역과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계산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앱러빈은 틱톡의 광고 인벤토리와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모바일 광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퍼플렉시티 AI는 영상 콘텐츠와 AI 검색의 결합이라는 혁신적 모델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제시 틴슬리가 이끄는 컨소시엄 역시 높은 인수 가격과 로블록스 CEO의 참여 등으로 주목받았으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한편, 프랭크 맥코트가 이끄는 '프로젝트 리버티(Project Liberty)' 컨소시엄도 눈길을 끈다. 사용자 데이터 주권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하는 탈중앙화된 소셜 미디어 모델을 제안하며, 기존 빅테크 기업들과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블랙스톤, 스티브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 수많은 잠재적 인수자들이 거론된 바 있다. 다만 협상의 복잡성과 천문학적인 인수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알고리즘' 문제로 인해 실제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망만 무성한 가운데 최근에는 사실상 복마전에 가까운 전망들도 쏟아지고 있다. 당장 아마존은 과거 자체 유사 서비스 'Inspire' 실패를 만회하고 소셜 커머스 및 광고 사업 확장을 위해 부통령과 상무장관에게 인수 의향 서한을 보낸 바 있으나, 백악관 협상팀이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부동산 개발업자 프랭크 맥코트가 이끄는 '프로젝트 리버티' 컨소시엄(레딧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안 합류)이 사용자 데이터 통제권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며 200억 달러 현금 제안을 했었고, 고용 서비스 업체 창업자 제시 틴슬리가 로블록스 CEO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은 300억 달러 이상을 제시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외에도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AI의 합병 제안, 온리팬스 창업자 팀 스토클리(Zoop)의 암호화폐 재단 연계 인수 시도, 유명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투자 논의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이다.

알고리즘, 협상의 최대 걸림돌
틱톡 인수 협상이 정신없이 벌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틱톡의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문제다. 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하여 맞춤형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를 플랫폼에 묶어두는 틱톡 성공의 '심장'과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 알고리즘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 자산으로 간주하고, 2020년 개정한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시켜 해외 매각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이 핵심 알고리즘을 함께 넘길 수 없다.
실제로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는 미국의 강제 매각 요구 자체를 '기술 탈취'이자 '시장 원칙 위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특히 알고리즘 매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제외된 틱톡은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인수 후에도 플랫폼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는 인수 희망 기업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인수 가격 산정부터 기술적 분리, 인수 후 시너지 창출까지 모든 계획이 알고리즘 포함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역시 알고리즘이 중국의 통제 하에 남아있는 한, 국가 안보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딜레마는 더욱 깊어진다.
결국 "알고리즘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달렸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먼저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 속에, 알고리즘을 제외하거나 혹은 미국 내에서 엄격한 감독 하에 운영하는 조건 등으로 절충된 형태의 매각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특히 오라클이 기존 '프로젝트 텍사스' 모델을 확장하여 데이터뿐 아니라 알고리즘 운영까지 미국 내에서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실제로 오라클은 '알고리즘 임대' 방안을 밀고 있다. 알고리즘 소유권은 바이트댄스에 남겨두되 운영권과 데이터 접근 통제는 미국 법인(오라클 감독 하)이 갖는 형태다.
백악관 내에서도 이 방안이 과연 중국의 잠재적 통제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워싱턴의 관심은 알고리즘 자체의 위협보다는 미국 사용자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데 더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오라클의 강력한 데이터 관리 감독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중국 34% 관세 조치 등 강경책 속에서, 틱톡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알고리즘 문제에서 다소 유연한 접근을 고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다소 극단적이지만 협상 결렬 및 미국 내 사용 금지 조치가 벌어질 소지도 있다. 만약 시한 내 합의에 실패하고 추가 유예 조치도 없다면, PAFACA 법에 따라 틱톡은 미국 내 앱 스토어에서 퇴출될 수 있다. 이는 1억 7000만 사용자 및 수많은 크리에이터, 광고주에게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 바이트댄스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안겨줄 전망이다.
추가 유예 또는 법적 공방 장기화라는 소모전의 가능성도 있다. 협상의 복잡성을 감안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시한을 추가로 연장하거나, 혹은 바이트댄스가 제기한 PAFACA 위헌 소송 등 법적 절차가 장기화되며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바이트댄스는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협상 테이블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수 싸움과 미중 양국의 정치적 결단이 임박했음은 분명하다. 과거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계 기업의 자산 매각을 명령했던 사례(MAMCO, Ralls Corp 등)들이 있지만, 틱톡 사태는 그 규모와 파급력, 기술적 복잡성 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틱톡 인수전의 최종 결과는 단순히 한 기업의 운명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규칙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남은 이틀 동안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그 후폭풍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전 세계는 숨죽여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