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로 수십 명의 사상자와 3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산불 진화에 큰 역할을 한 소방헬기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산불 진화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는 약 157대가 있다. 지자체가 80대를 가지고 있고 산림청 50대, 군 35대, 소방 31대, 경찰 10대, 국립공원 1대 등을 보유 중이다.
다만 모든 헬기를 한 현장에 투입하긴 어렵다. 일정 비행시간을 넘기면 정비를 받아야 해 가동률 100%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소방헬기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KAI 수리온의 전략적 방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선 다한 소방수 '수리온'
군과 소방청 등에서 사용 중인 국산 다목적 헬기 KAI 수리온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도입된 뒤 소방청, 산림청 등에서 소방헬기 버전으로 일부 개량을 거쳤다. 이번 영남 산불 재난에서도 수리온은 약 2000리터의 물을 실어나르며 산불 진화 현장의 '마당쇠' 역할을 했다.
경북 산불 현장에서도 '산불 종결자' 수리온은 분주했다. 실제로 경북소방본부의 '나래온'은 24일 예정돼있던 취항식도 미루며 지난 23일 오전 9시 57분 의성군 금성면 산불 현장으로 긴급히 출동했다.
지난해 산림청에 보급된 수리온 2대는 의성·산청 산불 진화에 투입됐고 육군, 경찰, 해병대가 보유한 수리온 헬기들이 빠른 진화를 위해 현장으로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소방헬기 '나래온' 도입은 경북의 재난 대응 체계에 큰 힘이 됐다고 평했다.
KAI는 지난 12월 진주에 회전익비행센터를 만든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수리온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2040년까진 순수 한국 기술로 헬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수리온의 국산화율은 65% 수준이라고 알려져있으며 오는 2028년 말까지 1890억원을 들여 국산 동력전달장치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에어버스 헬리콥터사와 국제 공동개발을 통해 H155 모델을 기반으로 한 소형 민수 헬기 개발도 성공했다. 또 에어버스 헬리콥터사와 국제 공동개발을 통해 H155 모델을 기반으로 한 LAH-1 미르온과 LCH 개발도 성공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개발·계약 후 납품 중이라는 것이 KAI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KAI, 납품 시간은 현실적인 숙제

문제는 시간이다. 통상 헬기 계약 후 실제 납품까진 대략 3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마저도 예산 등 이유가 끼어들면 시간은 더 소요된다.
산림청이 지난 2017년 강원도 삼척, 강릉과 경북 상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응해 올해까지 산불진화 헬기를 6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던 것이 사례다.
지난 26일 산불 진화 현장에서 추락한 S-76을 비롯해 2001년에 구입한 담수량 8000리터 S-64가 7대나 여전히 현장에서 주력 헬기로 활동하는 이유다. 추락한 S-76은 운용된지 30년이 넘었다고 알려졌다.

KAI는 지난해 계약을 통해 2.5톤 이상의 담수 용량을 갖춘 소방용 수리온 2대를 추가 납품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인도 시점은 2027년 12월으로 예정된 상태다. 만약 부품 공급 지연 등이 발생하면 2028년 납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은 "재임 당시 매년 헬기를 들여오긴 했지만 소방헬기 자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진 않았다"며 "기준이 산림청 내에 있긴 하지만 한 사람의 의지로 무언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미국의 경우처럼 산불 진화에 비행기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등장했었으나 모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 3만 리터가 넘는 내화제를 비행기에 담아 공중에서 살포하는 방식을 고안했으나 임대비용, 비행기 착륙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어그러졌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에어버스 등 거래 활로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호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넓은 평야와 산악지형을 모두 갖춘 호주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4300대 가량이 쓰이고 있는 H125를 추가로 도입했다. H125는 단일 엔진 중형 헬리콥터 시장에선 약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너선 부스 마이크로플라이트 대표는 "H125는 화재 진압, 일반 항공 작업, 토지 관리 등 모든 유틸리티 임무에서 가장 신뢰하는 핵심 기종"이라고 평했다.
결국 정부의 결단 필요하다

결국 수리온 개발과 더불어 대형 소방헬기를 현장에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소방헬기 부족 문제는 매년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의제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산림청의 주력 산불 진화 헬기인 러시아 KA-32는 우-러 전쟁으로 정비에 필요한 수리부속·예비품 보급이 불가한 상황이며 향후에도 점진적으로 도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한미군은 블랙호크 등 가용 가능한 헬기를 총동원해 경상권 지방 산불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산림청 차원에서 산불이 나도 무언가 특별하게 대처해줄 수 있는 메뉴얼이 많진 않다"며 "정부차원에서 물을 많이 담을 수 있는 커다란 헬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은 야간 산불 진화가 가능하며 유지비 및 신속 후속지원 등에서 강점이 있다"며 "3톤으로 향상된 물탱크도 자체 투자로 현재 개발 중임으로 수리온 추가 도입 시 소방헬기 전력 공백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