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생산 가동률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분위기는 더욱 나빠지는 중이다.
최근 배터리 3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은 2023년 69.3%에서 지난해 57.8%로 감소했다. SK온은 87.7%에서 43.8%로 반토막이 났다. 삼성SDI의 소형전지 가동률도 76.0%에서 58.0%로 낮아졌다.
다행히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나 재차 슈퍼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도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캐즘 後 슈퍼 사이클 대비

배터리 3사가 캐즘 이후 슈퍼 사이클을 대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수율을 높이기 위해 AI·데이터 기반 사업을 확장하고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생산라인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생산 공정을 데이터화하고, AI 기반 분석을 통해 사람이 확인할 수 없는 영역까지 잡아내 불량률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액션플랜은 현재 진행형이다. 삼성SDI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데이터·정보기술(DIT) 센터를 신설했다. AI와 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통합 조직으로,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목표로 한다. 센터장은 삼성SDS 출신인 이승준 상무가 맡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오창 공장을 비롯 해외에서 짓고 있는 생산기지 전체를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신공장 역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적용해 북미 핵심 원통형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해외 공장 수율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공장 운영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로보틱스에 약 37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에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한 뒤 다른 생산라인에도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R&D)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R&D 비용은 각각 1조882억원, 1조297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SK온은 2770억원으로 전년보다 236억원 감소했지만 이 또한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향후 슈퍼 사이클 전 조정 국면”이라며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AI 기반 품질 관리 강화 등을 통해 향후 증가할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확보를 위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20억달러(약 2조9300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해 진행 중인 대규모 글로벌 생산시설 투자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타 법인 인수와 시설 투자 목적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SK온도 지난해 말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