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3월 25~26일 이틀 동안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출처=연합뉴스
금융당국은 3월 25~26일 이틀 동안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출처=연합뉴스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하나은행을 포함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3곳이 ‘한국소호은행(KSB) 컨소시엄’에 합류하게 됐다.

제4인뱅의 유력 후보로 언급되던 ‘더존뱅크’와 ‘유뱅크’가 줄줄이 도전을 철회하며 소호은행 컨소시엄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제4인뱅을 둘러싼 선택과 결과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소호은행 컨소시엄을 이끄는 한국신용데이터(KCD)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국 소상공인에게 특화된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 금융 활성화 및 상생금융 실현에 동참하고자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다”며 “KCD와의 협력을 통해 소상공인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소호은행은 KCD가 주도해 설립을 추진 중인 인터넷은행이다. 하나은행 외에도 우리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OK저축은행 등 4개 은행과 유진투자증권, 우리카드 등 비은행권 금융사, 메가존클라우드, 아이티센 등 국내 대표 정보통신(IT) 회사를 비롯해 총 9개사가 컨소시엄 참여를 확정했다.

KCD 관계자는 “지금까지 참여를 공식화한 기업 외에도 컨소시엄 참여 기업이 더 있다”라면서 “예비인가 신청 시 전체 참여 기업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 출처=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 출처=연합뉴스

 

신한, ‘더존뱅크’ 협업 유지…기업, ‘유뱅크’ 참여는 추후 검토

지금까지 제4인뱅 도전 의사를 밝힌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유뱅크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총 6곳이다. 이 가운데 더존뱅크와 유뱅크, 한국소호은행 3곳이 자금력과 신용평가모형 개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으며 유력한 제4인뱅 후보로 꼽혔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더존비즈온을 주축으로 꾸려졌던 더존뱅크 컨소시엄은 지난 17일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존비즈온은 이날 “경영진의 숙고 끝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라며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비즈니스 솔루션의 강점을 극대화한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내 1위 전사적 자원관리(ERP) 업체인 더존비즈온이 이끄는 더존뱅크 컨소시엄은 가장 유력한 제4인뱅 후보로 거론됐다. 더존비즈온과 전략적 투자 관계를 이어 온 신한은행이 컨소시엄 참여를 유력하게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은 기존 비즈니스 솔루션을 확장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라면서 “은행‧보험‧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향후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제4인뱅 때문에 신한은행과 손을 잡은 것은 아니므로 신한은행과의 협력은 긴밀하게 이어갈 방침”이라며 “더존뱅크 컨소시엄 준비 단계에서 검토했던 새로운 사업을 함께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한 건 인터넷은행 설립보다는 더존비즈온이 쌓은 정보를 활용해 신사업을 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면서 “더존비즈온이 ‘혁신 금융 플랫폼’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에 신한은행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협업 방안을 고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유뱅크 컨소시엄도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유뱅크 측은 “불안정한 경제와 정국 상황을 고려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하반기 중 예비인가 신청을 다시 추진하기로 참여사끼리 합의했다”면서도 “인터넷은행 설립은 계속 추진할 예정이며, 신청 시점은 추후 금융당국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해상과 핀테크 기업인 렌딧을 주축으로 한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삼쩜삼, 트래블월렛 등 인공지능(AI)·정보통신산업(ICT) 기업과 대교, 현대백화점, MDM플러스 등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참여했다. IBK기업은행도 참여를 검토했으나 유뱅크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신청을 유예하면서 제4인뱅에는 도전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제4인뱅 가운데서는 유뱅크 컨소시엄 합류 여부만 검토했다”라며 “현재 다른 컨소시엄에 합류할 계획은 없으나 추후 금융당국에서 추가 인가 신청을 받는다면 상황에 따라 참여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제4인뱅 수익성‧건전성 우려…“확실한 혁신 보여줄 것”

제4인뱅 유력 후보가 이번 예비인가 신청을 포기한 이유로는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인가 기준과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충분한 자금 공급 계획과 능력을 제4 인뱅 인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 기준 및 절차’를 발표하면서 과거와 달리 인가 개수를 정하지 않았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없다면 예비인가 승인을 한 군데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제4인뱅 설립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4인뱅은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독과점 해소를 주문하면서 추진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금융정책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 시 제4인뱅 인가 과정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제4인뱅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제4인뱅에 도전장을 내민 컨소시엄 대부분은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기업대출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확실한 차별화 전략 없이는 제4인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 등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상품과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제4인뱅이 혁신 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도 문제”라고 짚었다.

KCD 관계자는 “소상공인 전문 인터넷은행으로서 소상공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굉장히 많이 준비했다”라며 “단순히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은행의 대출 상품과 달리 소상공인을 위한 신용평가 모형 구축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시스템을 구축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22년부터 회사 내부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새로운 은행을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계속 고민해 왔다”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주요 고객층인 만큼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제4인뱅 신청을 받은 뒤 2~3개월 동안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평가와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올해 연말쯤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