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병원 40곳가량을 돌다가 구급차에서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한국구급소방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0시 40분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임신 34주 차인 20대 ㄱ씨가 양수가 터져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ㄱ씨 상태를 확인한 뒤 서울과 경기∙충남의 병원들에 연락했다.
병원들은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심야 산부인과 진료가 불가하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이에 구급대원들이 약 1시간 동안 연락한 병원만 40여곳이었다.

오전 1시 40분이 돼서야 119 상황실에서 서울 중랑구에 있는 서울의료원이 산모 수용이 가능하단 답을 받았다. 구급대원들은 서울에 갔지만 양수가 터진 지 오래돼 ㄱ씨는 극심한 산통을 호소했다.
구급대원들은 응급분만을 실시해 신고 1시간 반 만에 구급차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했다. 그로부터 25분 후 ㄱ씨와 아기는 서울의료원에 도착했고 후속 조치를 받았다.
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 이젠 몸도 마음도 상처만 쌓여가고 있다”며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옮기지 못해 구급 활동 일지에 현장 처치라는 명목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은 제때 병원에 옮기지 못해 숨지거나 상태가 나빠진 사례도 많다며 의정 갈등에만 매몰되지 말고 관계 기관들이 빨리 응급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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