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를 돌파했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타파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을 수주한 이후 59년 만의 성과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371억달러로 9년 만에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렸다. 그러나 중동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371억달러…중동서 절반 차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건설 분야에서 371억1000만달러를 수주해 누적 수주금액이 1조9억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461억달러)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2023년 333억 달러와 비교해 11.4% 늘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무력 충돌 등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건설 외교, 민·관협력 등이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1조달러 달성’을 지난해 성과로 꼽으며 “국가 경제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는 중동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거뒀다. 중동 수주액이 184억9000만달러(49.8%)로 절반에 달했다. 이어 ▲아시아 71억1000만달러(19.2%) ▲유럽 50억5000만달러(13.6%) ▲북미 46억9000만달러(12.6%)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119억달러)가 가장 많았고 ▲카타르 47억5000만달러(12.8%) ▲미국 37억4000만달러(10.1%) ▲헝가리 27억5000만달러(7.4%) ▲세르비아 16억6000만달러(4.5%) 순으로 집계됐다.

대형 건설사, 중동·플랜트 중심으로 해외 수주 확대
지난해 대형건설사들은 중동을 중심으로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 4월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73억달러 규모의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GS건설은 이 프로젝트의 2번 패키지를 수주했다. 공사액은 12억2000만달러다. GS건설 관계자는 "유가 하락·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의 발주가 급감하는 상황에 맞춰 최근 몇년 간 국내 플랜트 사업에 집중해 왔다"며 "코로나19 이후 유가회복·석유화학 제품 수요의 증가로 신규 발주가 늘어나는 시장 상황에 맞춰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2번 수주를 시작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을 본격 재개하게 됐다"고 수주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E&A는 같은 공사의 1번과 4번 패키지를 수주했다. 공사액은 60억7000만달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28억4000만달러 규모의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올해도 해외 건설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건설 시장은 6.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중동이 11.8%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NEOM City)’ 프로젝트를 비롯해 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속 성장 위해 글로벌 수주 시장 다변화해야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증가했으나 중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의 절반 가까이를 중동이 차지하면서,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해외 건설 프로젝트는 길면 7~8년 이상 걸리는 만큼, 정치적 불안에 따른 여파로 발주 감소,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는데, 유가 변동에 따라 수주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며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다른 시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유럽 지역에서의 수주는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유럽 수주액은 50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9.7% 증가했다. 유럽 국가의 친환경·신산업 분야 투자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수주를 적극 추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