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RLESS(두려움을 모르는). 많은 선생님이 금융에 대해 두러움이 없는 상태가 돼야 합니다.”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 세미나’에서 학교 금융 교육을 활성화할 방안으로 “담당 교사가 금융 교육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금융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여러 주체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금융 교과 도입에 따른 금융 교육 활성화 방안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OECD의 ‘국제 금융 교육 주간(Global Money Week)’ 행사의 하나로 개최됐다.

OECD 산하 국제금융교육네트워크(INFE)가 주관하는 국제 금융 교육 주간에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3월 넷째 주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회원국이 자율적으로 금융 교육 캠페인을 실시한다.

OECD가 선정한 올해 행사의 주제는 ‘Think before you follow, wise money tomorrow(오늘의 신중한 선택, 든든한 미래)’다. 건전한 자금 관리 능력과 정보 출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기르기 위한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자는 취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금융당국 “유관 기관 협력해 금융 교육 활성화 적극 지원”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 학교 교육 내 금융 교육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추진 전략으로는 ▲학교 교육 내 금융 교육 활성화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강화 ▲실효성 있는 추진 체계 확립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축사를 맡은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아이들이 양질의 금융 교육을 통해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계, 교육계, 금융기관, 금융당국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금융위, 교육부 등과 긴밀히 협력해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처장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설명회 등을 열고, 교사 수업 역량 강화를 위한 담당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신규 개설할 예정이다.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고, ‘1사1교 금융교육’ 실시율 제고와 금융교육 내실화를 위한 점프업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 세미나’에서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 세미나’에서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금융교실 프로젝트’ 소개‧수학과 금융 교육 연계 방안 제시

세미나는 초‧중‧고등학교의 금융 교육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세션 1과 종합토론인 세션 2로 구성됐다.

세션1에서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의 금융교육 현황 및 과제’ 발표를 맡은 정은효 시흥 서촌초등 교사는 최근 초등학교 금융 교육 트렌드로 ‘경제금융교실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경제금융교실 프로젝트는 한진수 경인교대 명예교수가 지난 2004년 국내에 들여온 SEC(Small Economy int the Classroom)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경제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모인 ‘경제금융교육연구회’에서 SEC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경제 금융 교실 프로젝트 사용 설명서’라는 매뉴얼을 냈다.

경제금융교실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교실 내에 하나의 나라를 만들고 학급 화폐를 만들어 자유롭게 사업 등을 하며 경제 활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폐나 인플레이션, 통화량 등과 같은 금융 용어를 체득할 수 있다.

정은효 교사는 “경제금융교실 프로젝트는 교사 개인의 금융 역량에 따라 학생이 배우는 금융 교육의 질이 크게 차이 난다”며 “금융 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과 과정보다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경제금융교실 프로젝트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전문가의 자문이 담긴 경제금융교실 프로젝트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한다면 양질의 금융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제 교육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 편성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경원 단국대 사범대학부속중 교사는 ‘중학교 교과 과정에서의 금융 교육 현황 및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수학 교사의 관점에서 금융 교육 실천 방안에 관해 이야기한 이경원 교사는 “수학적 소양과 금융 소양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기본적인 산술 연산을 포함하는 문항을 통해 평가되며, 학생이 일상적인 금융 맥락에서 지식을 적용하도록 요구한다”라고 했다.

그는 “중학교 정규 수학 교과 과정에서 정비례와 반비례의 관계를 설명할 때 환율의 맥락을 가져오거나, 주가 지수에 관한 읽기 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수학 교육이 단순히 연산 능력을 기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금융 소양을 키우는 기초적인 단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경원 교사는 “금융 소양과 경제, 수학과 교육 과정의 연계성에 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2022 개정 교육 과정의 범교과 학습 주제에 제시된 경제‧금융 교육의 주제에 대해 조금 더 다양한 교수‧학습 사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여러 연구와 교수‧학습 사례를 바탕으로 수학 교사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공유해 수학 교과를 통한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 세미나’에서 전하림 옥빛고등학교 교사가 ‘금융과 경제생활 신설에 따른 금융 교육 활성화 방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 세미나’에서 전하림 옥빛고등학교 교사가 ‘금융과 경제생활 신설에 따른 금융 교육 활성화 방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교사 연수 ‘피켓팅’급…재교육 프로그램 늘려야”

전하림 옥빛고 교사는 ‘금융과 경제생활 신설에 따른 금융 교육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전하림 교사는 “다양한 금융 플랫폼이 등장하며 청소년 사이에서도 금융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라면서 “사회적 수요 등으로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 아래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신설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금융과 경제생활이 선택과목으로 신설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개설은 저조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금융 교육의 보편적인 활성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학교 금융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교사 연수‧다양한 프로그램 등 재교육 지원 강화 ▲금융 교육 공모전‧교구 지원 등을 통한 우수 금융 교육 콘텐츠 발굴 및 보급 등을 제안했다.

전하림 교사는 “교사의 금융에 대한 전문적 지식 부족이 금융 교육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진다”면서 “방학이나 일과 시간 후에 대면 집합형 형태의 실시간 연수를 개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 수업 마스터 직무연수’를 예로 들며 “경제(사회) 교사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 연수지만 수강 인원이 한정돼 경쟁률이 인기 공연의 티켓을 예매하는 정도로 치열하다”며 “저도 다섯 번 정도 신청했지만 5번 모두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전하림 교사는 “이미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기관에서는 수강 인원이나 연수 기회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라면서 “연수 프로그램이 없는 기관에서도 신규 프로그램 개설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한국금융연수원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금융연수원에서도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 개설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예산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