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상승,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국내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가 감소하고 실적 악화가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반면, 해외 건설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중동을 중심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정부도 해외 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가 예정된 가운데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확대를 통해 실적 회복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국내 건설 시장 위축…수주 감소세 뚜렷
대한건설협회의 ‘국내 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월 국내건설 수주액은 9조214억원으로 전년 동월(13조1437억원) 대비 31.4% 감소했다. 발주자별로 보면 민간 부문 수주는 6조56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2% 줄었으며, 공공 부문 수주는 2조4593억원으로 34.2% 감소했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는 신규주택(-56.6%), 재개발(-28.3%), 재건축(-59.6%) 등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기성(공사 실적)은 건축(-4.1%)과 토목(-5.2%) 모두 감소하며 전월 대비 4.3% 감소했다. 지난해 8월(-2.1%)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3% 줄었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조사해 집계한 통계로 업계 전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2~3년간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착공 실적이 급감함에 따라 건설사들의 매출 악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표한 ‘주요 건설업체 2024년 잠정실적 점검 결과’ 보고서에서 “국내주택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국내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2022년부터 착공 실적이 급감함에 따라 2025년에는 외형이 감소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건설 인허가 감소, 미분양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중견·중소 건설사가 잇따르고 있으며 대형 건설사들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과 사업 정리에 나서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 찾는 건설업계
국내 수주액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해외 수주액은 2배 이상 늘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5년 1~2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47억4769만달러(약 6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21억5009만달러 대비 121%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이 전체 수주액의 54.3%(25억7726만달러)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북미·태평양(8억2078만달러), 아시아(5억9583만달러), 아프리카(4억446만달러), 중남미(3억2520만달러), 유럽(2413만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연초부터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삼성E&A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6억8500만달러 규모 'UAE 메탄올 프로젝트(UAE Methanol Project)'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양광 발전 연계 380㎸(킬로볼트)' 송전 공사 2건을 연이어 수주했다. 2건의 공사비 합계는 3억8826만달러다. 쌍용건설은 UAE에서 2억2437만달러 규모의 ‘두바이 이머시브 타워’ 오피스 공사를 수주했다.

정부, 해외 수주 지원 강화… 체코 원전 프로젝트 기대감
정부도 건설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PIS(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 2단계 펀드’를 조성해 1조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플랜트·교통·도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1단계 펀드는 미국, 영국, 사우디, 말레이시아 등 12개국 20개 사업에 투자해 총 15억 달러(약 2조1500억원) 규모의 수주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목표 수주액을 500억 달러로 설정했다. 지난해 수주 실적(371억 달러) 대비 34.8% 증가한 규모다. 특히 전체 사업비 24조원(175억달러)으로 추정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계약이 3월 말이나 4월 초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표 달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체코 원전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올해는 체코 두바이니 원전 수주가 예정돼 있어 성사 여부에 따라 해외 수주 목표 달성 여부가 판가름될 것"이라며 "현재 해외 건설 시장 환경이 나쁘지 않고, 국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