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홈플러스 부사장이 3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김광일 홈플러스 부사장이 3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홈플러스 단기채권 규모가 2000억원대, 일반 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000억원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일반법인은 기술·전자·해운업에 속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와 일반법인을 합한 리테일(소매) 판매 규모는 5400억원 수준이다.

홈플러스 채권 판매잔액 6000억원 중 대다수가 개인·일반법인에 떠넘겨지면서 불완전판매 또는 사기적 부정거래 등 대형 형사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뿐 아니라,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1조원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부동산 펀드 등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당 규모 묶여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질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676건)으로 파악됐다. 홈플러스 관련 단기채권 발행 및 판매(셀다운) 증권사와 펀드 운용사는 대략 2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초대형 IB들도 포함돼 있다. 

일반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327억(192건)이다. 기술·전자·해운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홈플러스 단기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대부분이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및 일반법인에 판매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불완전판매 의혹 등이 본격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이미 준비하면서도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경우, 동양·LIG 사태처럼 대형 형사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2011년 회생 절차 신청 열흘 전까지 2151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했던 LIG 사태와 유사하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당시 LIG그룹 오너일가는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서도 이를 숨긴 채 담보로 맡긴 주식을 되찾아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0년 10월~2011년 3월까지 금융기관에서 1894억원의 CP와 26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를 조작해 부실한 경영 상태를 속이고 CP를 발행했다. 이후 기업회생절차를 계획하고도 담보 주식 회수를 위해 CP를 계속 발행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오너일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2016년 7월 LIG그룹 최대주주였던 고(故)구자원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했다. 장남 구본상 회장은 징역 4년, 차남 구본엽 부회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번 사태에 있어서도,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을 미리 인지했거나 회생신청 계획을 미리 세우고도 채권 발행을 지속했다면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적용해 법적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난달에만 총 11차례에 걸쳐 1807억원의 단기채권을 발행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ABSTB 발행이 1517억원(4회)으로 가장 많았고, 단기사채 160억원(4회), CP 130억원(3회) 등 순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이후에도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1조원대' 리츠·부동산 펀드 줄손실?...재간접 펀드, 관련 리츠 주식 처분

사진=이지홍 기자
사진=이지홍 기자

홈플러스 매장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나 부동산 펀드에서도 대규모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하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 전략을 써왔다.

이들 리츠와 펀드 등은 홈플러스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과 추후 매각 시 얻게 될 자본이득 등을 추구하는 간접투자상품인데, 이달 초 홈플러스가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임대료를 미납하거나 조정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앞서 일부 리츠는 홈플러스 매장과 관련 부실 자산 발생 가능성을 공시한 바 있다.

홈플러스 평촌점·사당점을 자산으로 담은 리츠 2개를 운용하는 KB부동산신탁과 연수점을 리츠 자산으로 담은 신한리츠운용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후 부실자산 발생을 공시했다. 대한토지신탁과 제이알투자운용도 홈플러스 매장이 자산인 리츠를 운용중이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이달 12일 홈플러스와의 임대차계약 해지가 불가피할 경우 자사의 스폰서이자 최대주주인 서부티엔디가 홈플러스 면적까지 책임 임차하기로 협의했다고 국토교통부에 보고하고, 이 같은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공시했다. 홈플러스는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투자 대상 자산 중 하나인 인천 복합쇼핑몰 '스퀘어원'의 주요 임차인이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올해 8월 22일까지의 임대료를 이미 수취한 상태라 금융사고나 부실자산이 발생하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재간접 펀드에서 홈플러스 편입 리츠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달 13일 유경PSG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 재간접 펀드 '유경 플레인바닐라 글로벌리츠인프라부동산 자투자신탁(재간접형)'은 신한서부티엔디리츠 2만5000주(순자산 대비 편입 비중 0.52%)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유경PSG자산운용은 홈플러스 울산점, 구미광평점, 시화점을 매입한 부동산공모펀드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공모부동산펀드3호)도 운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을 매입한 공모펀드 1개와 사모펀드 2개를 운용중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일부 펀드에서 임대료 미지급이 발생했다.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을 매입한 공모펀드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는 이달 4일 홈플러스로부터 받아야 할 임대료를 받지 못했다. 3월분 임대료 납기일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개시 결정일인 4일이었지만, 지금까지도 미지급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임대료를 우선변제대상인 공익채권으로 분류하겠다는 문서를 펀드 대주단에 발송했으나, 운용사들은 일단 임대료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둔 리츠와 펀드 규모를 1조원대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규모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이달 15일 국토부는 5개 리츠 운용사를 대상으로 대출금과 자산 현황, 임차료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임차료 미납 가능성 등이 제기된 데 따른 투자자 보호 조치다.

신용등급 하락 알고도 단기채 발행?...금감원, '증권·신평사→MBK' 검사 수순

사진=이지홍 기자
사진=이지홍 기자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채권을 발행해왔는지를 규명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13일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들을 상대로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는 검사권이 없으니 주관사와 신평사 검사를 통해 홈플러스와 어떤 논의가 언제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포위하듯 좁혀 나가야 한다"며 "관련성이 포착되면 MBK 검사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주까지 증권사와 신평사 검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연장 검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중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 착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