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와 임대점주께 지불해야 하는 상거래채권은 순차적으로 지급해드리고 있으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것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로 불편을 겪고 있는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에게 사과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부사장(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포함한 총 9명이 참석했다. 홈플러스 측은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함으로써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누구도 피해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영세업자부터 순차 변제

14일 홈플러스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거래채권 지급 진도율과 상품 공급 안정화 현황 등에 대해 발표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 6일부터 상권래채권 지급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지난 13일까지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 완료했으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3일 기준 현금시재가 약 1600억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라며 전액 변제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협력사와 임대점주들께 지불해 드려야 하는 상거래채권은 순차적으로 지급해 드리고 있으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것”이라며 책임 있는 변제를 약속했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 개시에도 최근 영업 실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 사장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혹시 영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영업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실적 지표를 보이고 있다”라며 “회생절차가 개시된 3월 4일 이후 한 주간 동안의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작년 동기 대비 13.4%나 증가했으며, 객수도 5% 증가하는 등 회생절차와는 상관없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력사와 임대 점주들이 정상화에 적극 협력 해주면서 13일 기준 하이퍼, 슈퍼, 온라인 거래유지율은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몰 99.9%, 물류 100%, 도급사 100% 등 나머지 부분들은 회생절차 개시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실적 개선은 2022년 선보인 식품특화 매장인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점포의 매출 증가와 온라인부문의 성장, 그리고 멤버십 회원 수가 1100만명을 초과하는 등 고객기반이 크게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향후 정상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양해와 도움을 당부했다. 조 사장은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해 드리기는 어려움에 따라 소상공인과 영세업자 분들의 채권을 우선순위로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가 꼭 필요하다며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대기업에 대한 변제는 6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MBK 파트너스 개입 의혹에는 선 그어

반면 홈플러스는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반박했다. 먼저 김광일 홈플러스 부사장(MBK파트너스 부회장)은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미리 알고 준비했다는 의혹과 회생 절차로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이 MBK라는 지적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부사장은 “기업회생 절차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이 확정된 뒤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회생 절차는 주주가 가장 큰 희생을 당하는 절차”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부도가 나면 많은 유통업체들이 급전직하로 무너진다.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방법은 회생절차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성진 홈플러스 재무관리본부장도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하락 관련 1차 통보는 25일에 받았지만, 825억원 규모 매입채권 유동화 관련 절차는 하루 전인 24일에 끝났다”라며 “신용등급 하락과 상관없이 발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점포와 인력을 대거 줄였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부사장은 “오해하시는바 같이 구조조정을 했거나 노동자 권리가 악화 됐거나, 점포 문을 많이 닫은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2019년 1만4000명의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직원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견뎠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 점포를 매각하고 재입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회사 운전자금과 투자자금으로 쓴 것은 있지만 그마저도 재입점, 직원 재고용이 원칙”이라며 “지난 10년간 고객 수는 30% 이상 줄었다. 자연스럽게 나가는 분을 적게 채울 수밖에 없다. 고객이 안 오는데 똑같은 수의 캐셔를 둘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해당 문제는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라며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라고 직답을 피했다.
이외에도 김광일 부사장이 현재 20개가 넘는 회사의 이사를 맡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변명을 내놨다. 김 부사장은 “20개의 회사 중에는 투자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도 있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라면서 “나머지 회사의 경우 비상장회사, 비상근 이사로 이름만 올린 상태기에 홈플러스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타임 어텐션이 떨어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정부 규제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조 사장은 “10년 넘게 유지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로 대형 유통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김 부사장도 “코로나19 시기 실적이 급감하면서 대형마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재난지원금을 대형마트에서 쓰지 못하도록 했고 규제에 묶여 일요일 영업도 못 하고 심야 온라인 배송도 못 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향후 계획은?
홈플러스는 앞으로 구조조정이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없이 기존의 전략대로 그로서리 부문(식품)의 강화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구조조정이나 익스프레스 매각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회생절차에 들어간 순간 법원 조정에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회생 신청 전 진행 중이었으나, 회생 신청으로 중단된 상태다. 우리가 의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2년부터 추진 중인 ‘메가푸드 마켓’등 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조 사장은 “식품에 집중한 메가 푸드마켓이라는 콘셉트 스토어를 런칭해 3년 동안 33개의 점포를 ‘메가푸드 마켓’으로 전환했고 전환 후 평균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라며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고객의 니즈(요구)와 체험에 대한 부분이 존재하기에 그 부분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매출 성장에 집중하며 적자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노조, “MBK 책임 회피해”

반면 노조 측은 오늘 이뤄진 기자간담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김광일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답변을 직접 진행했으나, 정작 MBK의 책임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직접 경영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부동산 수익 창출에 집중했다”며 “인수 직후 2016년 가좌, 김포, 김해, 동대문, 북수원 점포를 세일 앤 리스백(S&LB·매각 후 재임대)으로 전환하여 홈플러스의 임대비용 부담을 증가시켰으며 우량 점포 매각으로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심각히 훼손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회사는 정규직 전환 합의를 왜곡하여 기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직급 명칭만 선임·책임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라면서 “평균 연봉 역시 이마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18일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두 대표이사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