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지난해 기록한 우수한 화물 실적을 올해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가 가지고 있지 못한 B-787 드림라이너 비행기를 이용해 화물·승객 수요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다.
13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총 3만 7422톤의 화물 운송량을 기록했으며 수하물과 우편물을 제외한 순화물량은 총 2만 3424톤을 기록했다. 화물 전문 비행사 에어인천과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가장 우수한 실적이다.
"큰 비행기 덕택" B-787 드림라이너, 에어프레미아 화물 사업 1등 공신

에어프레미아는 비행기 크기 차이가 지난해 우수한 화물 운송 실적의 이유라고 답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B-787 드림라이너는 B737-800에 비해 비행기 배 쪽 부분에 훨씬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며 "승객의 캐리어 등 수화물은 화물로 치지 않기 때문에 컨테이너, 팔레트 등의 화물만 계산한 수치"라고 말했다.
B787-9은 보잉 시리즈 중 뛰어난 화물 적재 용량을 자랑한다. 최대 6만 395kg(약 60.4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전방 화물칸에 20개의 컨테이너, 후방 화물칸에 16개의 컨테이너를 담을 수 있다.
국내 LCC들이 대부분 보유 중인 B737-800이 약 6220kg에서 8000kg 정도의 화물을 싣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7.2배 더 많은 화물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자상거래 화물, 반도체 장비, 의료기기 등 항공화물을 취급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타 LCC가 향하지 않는 미주 노선도 에어프레미아의 높은 화물량의 이유 중 하나다.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에서 미주 비중이 지난 2023년에는 51%, 지난해에는 53%를 차지했다. 미주 노선 화물 매출도 지난해 15% 증가해 6000억원이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이 다니고 있는 로스엔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노선을 운영 중이며 에어프레미아 카고 서비스를 통해 신선과일, 해산물, 꽃, 동물 등도 운송 중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 카고는 IATA PCR(Perishable Cargo Regulation)에 맞는 보관 및 처리 절차에 따라 숙련된 직원이 관리를 맡는 상품"이라며 "드라이아이스 등 위험물도 운반하는 상품도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쩐의 전쟁' 펼쳤던 에어프레미아 vs 에어인천… 승리의 여신 미소 어디로

에어프레미아의 화물 사업이 주목받으며 에어프레미아와 에어인천이 펼쳤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경쟁도 주목 받고 있다. 앞서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은 지난해 6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지난 11월 4700억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인수 사업의 경쟁자로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등이 뛰어들었으나 제주항공이 최종 입찰에서 발을 빼고 이스타항공도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입찰에서 밀렸다. 이에 따라 인수 경쟁은 에어프레미아와 에어인천의 2파전으로 진행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경우 한국 LCC 1위라는 타이틀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인수에 무리하게 뛰어들지 않았다"며 "에어프레미아가 여러 실적에도 불구하고 자본 잠식 우려 등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본 안전 조달 차원에서 에어인천이 화물기 사업을 추가로 받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거래 완료의 확실성, 항공화물 사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 유능한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역량 등을 근거로 꼽았다.

당시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는 기존 경쟁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국가적 핵심 산업인 항공화물 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했다"며 "유연한 협상을 통해 매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인수 승인이 확정된 에어인천은 오는 7월부터 미국 노선을 다닌다.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에어인천은 지난 1월 외국 항공사 허가와 재산, 우편물, 화물의 정기 및 주문형 전세 해외 항공 운송에 참여할 수 있는 면제를 신청했다. 앞서 에어인천은 해당 사업이 승인되기 전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등 5개국, 총 11개 중·단거리 노선을 오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에어인천은 오는 7월 1일부터 B-747-400과 B-767 화물기를 이용해 ▲인천-앵커리지-시카고 오헤어-댈러스 포트워스-시애틀 ▲인천-앵커리지-시카고 오헤어-애틀랜타 ▲인천-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인천-앵커리지-JFK-브뤼셀 등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기세를 탄 에어인천은 내년 이후 기업공개(IPO)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를 전략적투자자(SI)로 확보했으며 5년 뒤인 2030년까지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출이 약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어 에어인천 매출액(2023년 기준 707억원)을 더하면 예상 매출액은 약 1조2000억원까지 치솟는다.
다만 에어프레미아가 이후 시애틀 노선 확장, 여객기 추가 영입 등이 확정되며 이후 상황이 변한 것은 지켜볼 점이다. 화물 사업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여객 사업이 더 커진 것을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9월까지 글로벌 항공기 리스 회사 피치월터스사로부터 8·9호기 영입이 확정된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에어인천의 경우 화물기 전용 항공사기 때문에 우리와 완벽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오는 연말까지 예정된 비행기가 더 들어오고 시애틀 노선 취항 여부 등이 국토교통부에서 확정되면 화물 운송 사업은 자연스레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알리·테무 등 중국발 전자상거래와 BYD 등 중국산 자동차 사업이 커지며 대한항공을 포함한 모든 항공사가 화물 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트럼프 관세 여파로 미국을 오가는 화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여객 사업으로 승부를 보려는 에어프레미아의 전략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