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팩토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자율 제조입니다. 레벨1인 기술을 레벨3로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자율 제조로 나아가는 게 목표이고 싱가포르에선 SD브레인을 제외한 대부분 기술이 완성된 상태입니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5'에서 현대오토에버 전시관을 찾은 현대오토에버 장연세 상무 겸 사업부장의 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스템 통합(SI)을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는 이날 기존 강점을 보였던 내비게이션 사업에서 벗어나 차량 생산 과정 전반을 총괄하는 전시에 집중했다.

현대오토에버가 이날 내놓은 스마트팩토리의 이름은 '네오팩토리'다. 지난 AW2024에선 나오지 않았던 공정으로 현대오토에버는 네오팩토리를 향후 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 작업 중이다.

12일 코엑스에서 열린 AW 2025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오토에버 부스를 관람 중이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12일 코엑스에서 열린 AW 2025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오토에버 부스를 관람 중이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작업자 밥 먹고 와도 자동차 생산 뚝딱" 현대차그룹 미래 공장 내부 들여다보니

네오팩토리에서 현장 생산자들은 조립 직전 차량에 부착하는 센서를 통해 실시간 위치를 알 수 있고 차량 공정에 오류가 있을 시 이를 확인해 리페어 셀에서 점검할 수 있다. 공장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자동으로 대기 셀-조립 셀-검사 셀로 이동시키며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또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버추얼 팩토리와 제작 중인 차량에 부착되는 스마트 태그를 통해 생산 라인에 작업자가 위치하지 않더라도 차들이 현재 어떤 공정을 거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2일 코엑스에서 열린 AW 2025에서 현대오토에버 관계자가 SD 브레인을 시연 중이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12일 코엑스에서 열린 AW 2025에서 현대오토에버 관계자가 SD 브레인을 시연 중이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핵심은 현대오토에버가 심혈을 기울인 '소프트웨어 정의 브레인(SD Brain)'이다. AI를 기반으로 제조 현장의 생산 모니터링과 정보검색이 가능하며 현장 대응, 명령 제어, 관제 등을 총괄하는 네오팩토리의 '뇌'다.

장 상무는 "SD브레인은 아직 기술 검증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상용화가 될 예정"이라며 "네오팩토리에선 컨베이어 벨트·셀 방식과 무관하게 현대위아에서 제공한 제조 로봇과 오픈AI의 GPT-4o를 이용해 차량을 자동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에 따르면 현재 네오팩토리는 레벨1, 레벨2, 레벨3로 나눠져 현대차·기아 공장들에 일부 시범 도입이 됐거나 향후 도입 예정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현대차 혁신센터에서 네오팩토리를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국내에도 순차적으로 레벨3 공정과 자율 제조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라는 것이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SD 브레인은 현재 PoC(개념증명) 단계"라면서도 "국내 생산공장 등 네오팩토리가 들어갈 예정이며 현대오토에버가 스마트팩토리 전환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챗GPT에 질문하는 것처럼 실시간 작업 현황도 확인 가능하다. 가령 오늘의 생산량이나 차량 공정 과정에서 가장 많이 오류가 발생한 파트를 SD 브레인에 물어보면 LLM에 설정해 둔 시나리오와 데이터값을 결합해 생산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날 실제로 체험존에서 선보인 SD 브레인은 작업과 무관한 질문들은 자체적으로 필터링해 냈다. 또 CSV 엑셀 파일로 만들어진 데이터 값을 불러와 차트를 만드는 모습도 선보였다.

질문에 답변 중인 현대오토에버 SD 브레인.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질문에 답변 중인 현대오토에버 SD 브레인.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현대오토에버 실무진은 "GPT-4o 모델을 사용해 챗봇을 제작했고 코딩에 낯선 현장 실무자들이 두루뭉술한 프롬프트로 질문해도 답변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생성했다"며 "공정 과정에서 환각이 있을 수는 있으나 환각이 발생하면 공장에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정해둔 답변 내에서 응답하도록 코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만약 공정 중 오류가 발생할 시 팩토리BI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팩토리BI란 공장의 모든 생산 데이터를 수집한 뒤 분석과 시각화를 거쳐 빅데이터 연계 분석과 시각화를 통한 최적의 관리 방안을 산출하는 솔루션이다. 문제점, 오류가 발생하면 차트, 그래프 등 현장 작업자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튀는 값을 표현하는 구조다.

현대오토에버 한승욱 상무는 "아직 국내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이미 싱가포르나 일부 국내 공장에선 셀 방식을 채택해 생산을 진행 중"이라며 "타 기업에서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모빌리티 분야에선 우리가 거의 최초이자 유일하게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싱크탱크', 싱가포르 혁신센터란

지난 2023년 개소한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2023년 개소한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날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언급한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는 2023년 11월 21일에 공식 개장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첫 번째 스마트 도시 모빌리티 허브다. 가상 환경과 현실 공정을 실시간 동기화하는 등 디지털 트윈 메타 팩토리로 작동한다.

또 단순 테스트베드 역할 뿐만 아니라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5 로보택시, 아이오닉6를 실제 생산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이 수소차와 목적 기반 차량(PBV)을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 연구를 이곳에서 주로 진행하며 연간 최대 3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싱가포르 혁신센터는 제조의 개념 자체를 완전히 재정의하는 생산 허브"라며 "차량 제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전문성과 최신 첨단 기술을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정홍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의 선두 주자이지만 이곳은 더 높은 혁신을 제공하는 곳 중 하나"라며 "싱가포르 혁신센터는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방형 혁신 문화와 미래지향적인 정책과 협력하여 모빌리티 생산의 미래와 제조 산업의 미래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혁신센터 건립, 운영을 위해 싱가포르 경제연합(SBF), 싱가포르 제조업연합(SMF)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현대오토에버 장연세 상무 겸 사업부장.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현대오토에버 장연세 상무 겸 사업부장.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한편 이날 AW 2025에선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트레치'가 CES 2025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현장 시연에 나섰다. 이 외에도 HD현대로보틱스, 슈나이더 일렉트릭, 유니티 등 글로벌 기업들이 디지털 트윈, 로봇 등 전시에 나섰다.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코엑스 1층과 3층에서 열린다.

포스코 본사를 비롯해 포스코그룹 계열사 임원들도 현장을 방문해 스마트팩토리 시연 현장을 관람했다.

장 상무는 “네오팩토리는 현대오토에버가 가진 20여 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한 솔루션”이라며, “김윤구 사장께서 신년사에서 언급하셨듯 고객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네오팩토리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가 제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