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산업이 각광을 받으며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3을 통해 양자암호통신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시장의 초입이라 파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기는 어려워도 나름의 기술적 진보는 이뤄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양자 컴퓨터 경쟁 치열
양자 ICT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양자 컴퓨터, 양자센서, 양자암호통신 등 세 개의 산업으로 나눌 수 있다.
핵심적인 영역은 역시 양자 컴퓨터다. 양자적 조합의 형태인 큐비트를 이용해 연산을 하며 양자중첩, 양자얽힘, 불확실성을 통한 병렬처리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나아가 큐비트는 전통적인 컴퓨터의 비트(Bit)에 대응하는 개념이며 AI로 보면 파라미터로 비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숫자가 많으면 고성능을 의미하지만, 이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연결하느냐에 따라 시너지의 파급력이 달라진다.
양자 ICT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양자 컴퓨터에서는 IBM이 '근본'이다. 최초의 양자 컴퓨터를 만들며 이 분야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큐비트의 절대적인 양을 늘리는 방식이 우선했으나 최근에는 양자오류정정도 보완하며 균형있는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IBM의 퀴스킷 에어(Qiskit Air)가 등판한 후 클래식(Classiq)의 퀀텀 알고리즘 디자인(Quantum Algorithm Design), 구글의 큐심(qsim) 등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이 탄생하는 등 양자 컴퓨터 생태계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구글의 중요한 플레이어다. 2019년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사이트에 게시된 수상한(?) 문건을 바탕으로 시커모어(Sycamore) 칩을 공개한 가운데 최근에는 윌로우도 등판시켰다. 기존 슈퍼 컴퓨터로 약 10의 25제곱 년이 걸릴 연산을 1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는 윌로우는 시커모어를 뛰어넘는 '괴물'로 평가받고 있다. 양자 상태 유지 시간이 개선되어 복잡한 연산 수행이 가능해진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을 연장했으며 구글 특유의 양자 오류를 효과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오류 수정(Error Correction) 알고리즘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AWS도 움직이고 있다. 2021년 AWS 양자 컴퓨팅 센터(CQN)를 설립한 후 아마존 양자 솔루션 랩(Amazon Quantum Solutions Lab)까지 개설한 가운데 신규 양자 컴퓨팅 칩 ‘오셀롯(Ocelot)’을 발표했다. 양자 오류 정정 비용을 최대 90% 절감할 수 있으며, 내결함성(fault-tolerant) 양자 컴퓨터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규 방식인 ‘고양이 큐비트(cat qubit)’를 채택해 기존보다 더욱 효율적인 오류 정정을 끌어내어 고질적 오류 문제도 잡았다는 설명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 산업, 양자 ICT의 스포트라이트는 양자 컴퓨팅이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암호통신도 강력한 보안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자암호통신은 RSA 공개키 방식이 사실상 효율성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0과 1이 중첩된 양자비트, 혹은 큐비트로 메시지를 작성하며 편광을 활용해 무제한의 범위를 암호의 세계로 끌어낸다는 개념이다.
만약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과 통신을 주고는다고 가정한다면, 현행 암호방식은 중간에 정보를 탈취해 복사한 후 다시 네트워크에 올려도 눈치채기 어렵고 무엇보다 탈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 A와 B만 주고 받아야 하는 메시지가 유출되거나, 난수표가 해독당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엔지니어인 아르투어 세르비우스(Arthur Scherbius)가 개발한 암호 생성기 에니그마(Enigma)가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인공지능 테스트 고안으로 유명한 앨런 튜링의 암호 해독기 봄(Bombe)으로 풀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RSA 공개키 방식이 데이터 탈취로 이어지는 잦은 해킹 및 사고에 노출되며 논란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다르다. 누군가 암호화된 데이터에 접근하는 순간 이를 눈치챌 수 있으며, 데이터가 송수신 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변형되거나 조작되면 그 즉시 감지가 가능하다. 광자의 개수를 조절해 중간 탈취자의 존재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통신채널로 지나는 양자비트를 복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편광 방식의 변화로 인해 중간 탈취자가 정보를 획득하고 다시 도망쳐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를 보내는 기술인 양자키분배기, 그리고 양자를 만드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가능성 타진이 벌어지는 이유다. 양자 키 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를 중심으로 기술의 진화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는 QKD와 PQC를 상호보완으로 구축하는 전략까지 나오며 기술의 진호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사실 QKD와 PQC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기술적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QKD는 양자 물리학의 법칙을 이용해 키를 교환하는 기술이며,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시스템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 PQC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기반의 보안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QKD는 도청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PQC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더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장점을 보여주며 시너지를 낸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중심의 가능성 타진 벌어질 듯
KT, LG유플러스 모두 MWC 25를 통해 양자암호통신의 진일보한 기술력을 공개할 전망이다.
먼저 SKT는 양자암호통신에 있어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으나 올해 MWC 25에서는 별다른 기술적 특이점을 공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양자 컴퓨터 선도 기업 IonQ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으나 이는 양자암호통신이 아닌 SKT의 AI 인프라를 키우기 위한 양자 컴퓨터 협력이다. 그 연장선에서 올해 MWC 25에서는 최소한 양자암호통신 측면에서는 '조용'할 전망이다.
반면 KT는 네트워크 보안의 측면에서 양자암호통신 전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암호키 기술과 기밀컴퓨팅(Confidential Computing, 저장 데이터와 사용 중 데이터를 암호화해 무단 접근을 방지하는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정보와 네트워크 자체를 양자화 한다는 계획이다. 보기에 따라 순수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강점이라 여기는 것은 어렵지만, 나름의 인프라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KT는 최근 국내 최초로 5G 유심(USIM)망에 QKD와 PQC-VPN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적용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QKD와 PQC-VPN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구조로, KT 외부(인터넷)와 내부(전용회선)를 모두 연결한다. 총 580km 전송 거리에 걸쳐 15개 노드가 KT 내부망과 유심 제조사를 잇는 양자암호 네트워크로 구성됐다는 설명이다.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강화는 물론 QKD와 PQC의 시너지를 내는 최근의 트렌드와도 부합된다. 심지어 5G 유심망이라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된 기술이 MWC 25에서 등판할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그 자체로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는 MWC 25의 양자암호통신 전도사가 될 기세다.
LG유플러스는 몇 해전 뼈 아픈 해킹 사태를 당한 후 '보안안전제일'을 유독 어필하는 중이다. 올해 MWC 25에서도 처음 부스를 차리며 AI 안심지능까지 전면에 걸었다. AI를 활용하는 거대한 통신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보안'을 내세우는 '집착'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양자 컴퓨터의 위협으로 보안이 위협받는 아이러니한 지금의 사태에서 LG유플러스가 양자암호통신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MWC 25 현장에서 PQC로 개인정보 유출, 해킹, 피싱 등 사이버 위협 예방에 앞장선다는 각오다. AI 에이전트 ‘익시오’에 적용될 안티딥보이스(Anti-DeepVoice), 온디바이스AI(On-Device AI)에 이어 PQC 보안기술을 적극 어필한다.
LG유플러스는 이미 PQC를 전용회선, VPN, 계정관리 솔루션(알파키)에 적용하며 보안성을 입증한 상태다. 그리고 MWC 25에서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된 PQC를 익시오에 도입해 스마트폰 분실 시에도 고객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만드는 장면을 시연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