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띠에리 샤벳(Thierry Charvet) 르노그룹 생산·품질 총괄 부회장과 박형준 시장이 이날 오전 파크하얏트 부산 호텔에서 조찬 면담을 가졌다고 25일 밝혔다. 사진=부산광역시
부산시는 띠에리 샤벳(Thierry Charvet) 르노그룹 생산·품질 총괄 부회장과 박형준 시장이 이날 오전 파크하얏트 부산 호텔에서 조찬 면담을 가졌다고 25일 밝혔다. 사진=부산광역시

지난해 9월 르노의 대형 리빌딩 프로젝트인 '오로라 프로젝트'가 시작된 가운데 르노코리아와 르노 현지의 관심이 부산 공장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5일 띠에리 샤벳 르노 생산·품질 부회장은 오전 파크하얏트 부산 호텔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신차 생산 준비 추진 사항과 관련된 사항을 점검했다.

박 시장이 르노 관계자를 만난 것은 지난 2023년 6월과 지난해 8월 귀도학 르노 선행 제품 개발 총괄 부회장을 만난 것에 이어 3번째다.

"유럽 본사도 어려운 걸 하네"… 부산공장, 르노 아·태 허브 자리매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사진=르노코리아

2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가 부산공장에 큰 공을 들이는 것은 차량 크기의 특수성 때문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도로가 좁아 소형차가 발전한 반면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큰 차들이 발전하다 보니 유럽 본사와 다른 전략을 취할 수 있는 허브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이 중 지난 1995년 설립한 르노 부산공장은 단순히 르노코리아 지사가 부산에 위치한 것 이상으로 르노 본사에서도 심혈을 기울이는 아태 지역의 생산 핵심으로 꼽힌다.

르노의 부산공장은 연간 최대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춰 그룹 내에서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수출 차량도 다수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개발에서 전 세계 판매되는 물량 공급까지 담당하고 있다.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지난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수출이 어려워지자 르노코리아는 기존 컨테이너에 차량을 실어 운송하는 방식을 찾아냈다. 컨테이너에 특수 구조물을 사용해 1대 컨테이너당 차량을 3대를 적재해 컨테이너선으로 운송한 것이다.

이 덕분에 운송 비용을 10%가량 절감하면서도 르노그룹 내에서 부산공장은 최상위권의 생산능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또 각각의 첨단 로봇들이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혼류생산을 통해 조립 라인 한 곳에서 4개 플랫폼, 8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 결함이 극히 낮다는 것도 생산 능력의 강점이다.

중국 지리가 최대 주주로 있긴 하지만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도 부산공장에서 생산을 앞두고 있다. 앞서 마이클 로쉘러 폴스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월 아시아 순방 도중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찾았다고 전해졌다.

르노그룹이 일본, 중국 등 다른 아시아에 부산 공장 규모의 생산시설을 두지 않는 것도 자연스럽게 부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르노그룹은 앞서 중국에서 '둥펑 르노'가 지난 2020년 파산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일본에선 닛산과의 협약으로 닛산 공장이 활용되지만 르노 자체의 주요 생산기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기자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기자

르노 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226만 4815대의 신차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3% 증가한 판매 실적을 거뒀다. 이 중 한국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신차 그랑 콜레오스(Grand Koleos)는 출시 4개월 만에 2만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해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실적을 달성하며 르노 그룹의 글로벌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 1월에도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 중단이란 악재를 딛고 내수 2601대, 수출 1216대 전년 동월 대비 104% 증가한 총 3817대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에 韓 포함… 부산 공장 더 중요해졌다

루카 데 메오 르노 회장. 사진=르노코리아
루카 데 메오 르노 회장. 사진=르노코리아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르노그룹 회장 취임 이후 지난 4년간 핵심 전략으로 꼽혀온 ‘르놀루션(Renaulution)’ 전략과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International Game Plan)’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은 한국, 브라질 등 5개의 글로벌 허브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총 8종의 신차를 출시해 유럽과 유럽 이외 지역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르노코리아가 명운을 건 오로라 프로젝트 역시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의 일환이다.

자연스럽게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시아에서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는 부산공장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르노코리아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르노코리아

앞서 르노코리아는 설비 투자 1180억원과 신규 고용 200명을 약속하고 부산공장을 '최고급 중형·준대형차' 분야 차세대 신차 생산·수출 기지로 만들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3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는 "오로라 프로젝트에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오는 2027년까지 1조 5000억원 이상의 직·간접적 투자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는 '오로라 1~2 프로젝트'를 합산한 투자 금액"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로라 3~4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있는 만큼 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게다가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지고 있어 르노코리아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와 부산시는 지난해 3월 ‘미래 차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부산공장을 미래 차 생산기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협약에서 르노와 부산시는 수출주도 미래 차 혁신 성장 기술 지원사업(313억원), 미래 차 상생 협력형 핵심부품 연구개발 지원사업(120억원) 등의 지원 협약을 맺었다.

르노코리아는 당시 협약을 지키기 위해로 지난 1월 전기차 양산을 위한 부산공장 설비 보강공사에 나섰으며, 지난 7일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 라인을 전기차 생산까지 가능한 혼류 생산 라인으로 전환했다.

단일 생산라인에서 내연기관은 물론, 전기차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전환한 사례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르노코리아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오로라 프로젝트에도 가속이 붙었다. 오로라 1로 통칭하던 그랑 콜레오스가 지난해 출시 후 기술적 측면에선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오로라 2 중형 하이브리드 차량도 내년에 데뷔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오로라 3는 전기차 EV 모델도 오는 2026~2027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드블레즈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품질을 자랑하는 부산공장이 미래 차 생산의 핵심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설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부산시 역시 맞춤형 지원을 약속했다”며, “이번 생산 라인 전환 및 부산시와의 협력 강화를 계기로 그랑 콜레오스, 폴스타 4와 더불어 내년에 공개할 오로라2 등 미래 차 생산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車 완성도 준비 완료… 우수한 기술력에 유럽 사람들도 '울랄라'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19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가 공식차량으로 사용할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를 전달했다. 사진=르노코리아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19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가 공식차량으로 사용할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를 전달했다.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를 비롯한 차량의 기술력에 집중함과 동시에 유럽 본토와 중동 지역 사람들에게 꾸준히 어필을 하고 있다. 오로라 프로젝트가 지난 수년간의 부진을 깨고 르노코리아의 리빌딩 신호탄으로 꼽히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차량 기술력에 집중하고 고객들에게 이를 어필하겠다는 의지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오는 하반기에 중동, 중남미 지역에 그랑 콜레오스 수출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그랑 콜레오스 판매를 준비하기 위해 전시용 그랑 클레오스를 약 13대 생산했다.

우수한 차량 성능에 한국을 찾은 서양 사람들을 향한 '진심'의 표시가 되기도 한다. 지난 19일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을 방문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Maria Castillo Fernandez)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에게 그랑 콜레오스를 선물했으며, 지난 11월에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공식 차량으로도 그랑 콜레오스가 공식 차량으로 선정된 바 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뛰어난 연비 효율에 감탄해 다른 브랜드가 아닌 르노 브랜드를 직접 선택해 차량을 구매하게 되었다”며, “르노코리아의 친환경 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며 향후 오로라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출시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왼쪽)에게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스마트키와 기념품을 전달하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 사진=르노코리아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왼쪽)에게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스마트키와 기념품을 전달하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 사진=르노코리아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는 "그랑 콜레오스는 품질과 성능에 대한 르노코리아의 헌신을 담아내고 있다"며 "부산에서 태어난 이 차는 한국과 프랑스의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에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를 잘 안착시키는 한편 내년 이른 상반기에 출시될 오로라2를 더 완성도 높게 만드는 게 주요 목표"라며 "르노코리아가 부산에서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었던 기업인 만큼 하나의 생태계로 여겨지는 부산 제조업계에도 앞장서서 기여를 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