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잇따른 입점사 리스크에 홍역을 앓고있다. 사진=셔터스톡
유통업계가 잇따른 입점사 리스크에 홍역을 앓고있다. 사진=셔터스톡

이커머스(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 시작된 가품과 부적격 상품 논란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패딩, 맨투맨 같은 의류뿐 아니라 영양제, 우롱차 등 식음료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이에 유통기업들은 서둘러 재발 방지책을 발표하며 잇따라 발생하는 ‘입점사 리스크’ 잠재우기에 나서고 있다.

가품·부적격 상품 논란에 소비자 신뢰 ‘흔들’

번개장터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과문. 사진=번개장터 인스타그램
번개장터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과문. 사진=번개장터 인스타그램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패션 업체들이 패딩 충전재 함량 미달 상품을 판매하며 부적격 상품 판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계속되는 논란에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혼용률 논란의 스타트를 끊은 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였다. 지난해 12월 한 패션 유튜브 채널은 소비자로부터 무신사 입점 브랜드인 ‘라퍼지스토어’의 덕 다운(오리털) 패딩 충전재가 의심스럽다는 제보를 받았다. 검증 결과, 해당 제품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으로부터 ‘판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다운’ 표기를 하기 위해선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하지만, 해당 제품은 솜털과 깃털이 거의 없어 시험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무신사는 해당 브랜드를 플랫폼에서 퇴점 조치함과 동시에 다운과 캐시미어 등 7968개 상품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도 짝퉁 논란에 홍역을 앓았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1월 30일 ‘럭셔리 플리마켓’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앞서 번개장터 측은 ‘100% 정품 검수 된 명품 제품만 판매한다’라고 강조하며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행사에서 산 명품 가방이 가품이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하며 행사에서 검수 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비자 불만이 확산하자 번개장터 측은 정품 검수 대상 상품에 대한 무상 재검수를 진행하고 가품 판정 시 구매 금액의 200%를 보상해 주겠다고 밝혔다.

부적격 상품 피해는 패션을 넘어 식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한 방송사를 통해 쿠팡에서 구매한 영양제를 먹은 뒤, 간 수치가 오르는 등 건강 이상이 발생했다는 소비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소비자는 정품가 대비 절반가량 저렴하다는 광고에 영양제를 구매하게 됐다며 약통과 로고, 성분표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품과 똑같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쿠팡 측은 “해당 상품 판매자에 대해 영구 판매 중지 조치했다”라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겠다”라고 밝혔다.

잇따른 논란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취업 준비생 한경민씨(28)는 “평소 시간이 없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이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상품을 구매하기 망설여진다”라며 “우리를 바보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입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품에서조차 이런 문제가 발생해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이다연씨(22)도 “평소 즐겨 사용하는 플랫폼과 좋아하는 브랜드 이름을 뉴스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며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굳이 예전처럼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유튜브 아니었으면 평생 가품인지도 모르고 살았을 거다”라고 꼬집었다.

대형마트·백화점도 예외 없다

현대백화점 사과문. 사진=현대백화점 홈페이지
현대백화점 사과문. 사진=현대백화점 홈페이지

논란은 이커머스를 넘어 대형 유통 기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 계열 의류 브랜드 신세계톰보이의 ‘보브’와 ‘지컷’에서 판매한 구스 다운 점퍼 일부 제품에서 거위털이 아닌 오리털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신세계톰보이 측은 곧바로 “납품사에서 시험성적서를 허위 제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 업체를 품질 관리 없이 사용했다”라며 “해당 제품을 구매한 모든 분께 100% 환불과 보상을 진행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오프라인 매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는 자사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한 스투시 맨투맨이 위조품 논란에 휘말리자, 전액 환불 조치에 나섰다. 해당 제품은 이마트 협력사가 병행수입 해 판매한 제품이다. 병행수입은 제조사를 통한 공식 판매처가 아닌 일반업체가 수입해 판매하는 제도다. 이에 이마트 측은 향후 병행수입 상품을 판매하려는 협력사에게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진품 인증’을 추가로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마트는 논란이 된 제품을 회수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진품 여부 감정을 위해 미국 본사로 발송한 상태다.

또 다른 유통 대기업 현대백화점은 최근 ‘농약 우롱차’로 곤욕을 치렀다.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카페 ‘드링크스토어’의 우롱차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중동점 내 드링크스토어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간 불법 수입된 차를 판매했다. 특히 우롱차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디노테퓨란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이 성분은 구토, 설사, 복통,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드링트스토어는 해당 기간 1만5890잔의 차를 판매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정지영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현재 식약처는 불법 수입·판매 혐의로 드링크스토어를 검찰에 송치한 상태”라며 “제품을 구매한 고객분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통 기업들은 입점사들의 상품을 일일이 검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에 입점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검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입점 후에도 정기 검수를 진행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입점 업체 측에서 마진 등을 이유로  다른 재료나 성분을 사용하는 것을 작정하고 숨긴다면 그것을 잡아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오픈마켓의 경우 직매입과 달리 판매자가 워낙 방대하기에 관리에 한계가 있다”라며 “선제적으로 조처를 하면 ‘갑질 이슈’ 등의 우려도 있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모니터링 인력 배치, 판매자 등록 절차 심화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