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공능력평가 71위인 중견 건설사 삼부토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올해 들어 신동아건설(58위),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삼부토건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전날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삼부토건은 “경영 정상화와 계속 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위해 기업 회생 절차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사가 제출한 회생절차개시 신청서, 첨부 서류 등의 심사를 통한 회생절차개시 여부의 결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돼 1965년 3월 국내 첫 토목건축공사업면허를 취득한 전통 건설사다. 경인·경부고속도로와 서울 지하철 1호선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행했으며, 주택 건설 부문에서는 '삼부 르네상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부토건은 2020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6%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403.0%에서 지난해 3분기 838.5%로 두 배 이상 급등했으며, 이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2개월 만에 취하한 바 있다. 당시 금융기관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해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제공하고 7500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2015년 8월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2017년 휴림로봇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 매각되며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역 기반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발생했지만,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와 63빌딩 시공사로 알려진 신동아건설은 지난달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6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5년여 만에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103위인 대저건설도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1948년 설립 이후 도로, 철도, 항만 인프라와 주택·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지만, 최근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를 마무리한 사업은 많지만, 지난해부터 신규 착공 크게 줄어 매출이 감소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높은 공사비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공공사 예산 축소까지 겹치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규모가 있는 중견 건설사들 중에서 버티지 못한 업체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