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 사진=CJ제일제당

코로나19 당시 무섭게 성장하던 밀키트 시장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한때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외식 수요 증가’와 ‘높은 가격대’, ‘냉동 간편식의 품질 향상’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소비자 이탈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일부 식품기업은 밀키트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밀키트 성장세 ‘이전같지 않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2018년 345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9년 1017억원 ▲2020년 1882억원 ▲2021년 3003억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밀키트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3408억원, 2023년 3821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역시 전년과 비슷한 3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2025년 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됐던 전망치는 4000억원대로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같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는 ‘외식 수요 증가’와 ‘높은 가격대’, ‘완조리 냉동 가정간편식(HMR)의 성장’, ‘친환경 기조’ 등이 꼽힌다. 

밀키트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성장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자 ‘외식’ 대신 ‘집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간단히 집에서 조리만 하면 외식 메뉴와 유사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밀키트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최근 들어 외식 수요가 회복되자 밀키트 수요는 자연스레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도 발목을 잡았다. 밀키트는 각 원재료를 별도 공급처에서 공급받아 포장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많은 종류의 원재료를 매입해 대량 생산하는 일반 가공식품보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찌개류·반찬류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20대 소비자 A씨는 “2인분 기준 1~2만원대의 가격대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좀 번거럽긴 해도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여러 번 해먹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비교적 저렴한 냉동 완조리 가정간편식의 카테고리는 점차 다양해지고 질이 향상되는 추세다.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을 직접 조리해야 하는 밀키트와 달리, 반조리·완조리 가정간편식은 해동 후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돼 조리 과정도 간편하다. 또한 유통기한이 길어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11월까지 냉동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이외에도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그린슈머(Greensumer)가 늘어나면서 개별 포장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밀키트가 외면받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접어야 하나”…식품업계 선택 기로 

프레시지 설맞이 간편식 제품. 사진=프레시지
프레시지 설맞이 간편식 제품. 사진=프레시지

이러한 성장세 둔화에 따라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그간 국내 밀키트 시장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와 ‘프레시지’, ‘잇츠온(hy)’, ‘쿡킷(CJ제일제당)’ 등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쿡킷의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현재는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도 더 이상 쿡킷 상품이 유통되지 않고 있다.

GS리테일 또한 밀키트 브랜드를 전담하던 ‘심플리쿡팀’을 해체했다. 현재 남은 심플리쿡은 반조리 등 간편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주력 라인업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hy의 경우 잇츠온보다 온라인몰 ‘프레딧’의 ‘식자재 정기구독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가격대가 있는 밀키트나 외식 대신 직접 집밥을 해먹는 소비자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신선 식재료 판매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계란·두부·샐러드 등 식자재의 정기계약 건수와 주문 수량은 모두 10%대 성장률을 보였다. 

hy 관계자는 “고물가에 편의성과 가성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정기배송이 크게 신장했다”며 “다양한 품목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소비자 편익 증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밀키트를 전문으로 하는 프레시지는 지적재산권(IP) 협업을 통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매출이 2023년부터 역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지 매출은 ▲2020년 1271억원 ▲2021년 1889억원 ▲2022년 2149억원까지 늘었으나, 2023년 1499억원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밀키트 시장이 유통망을 갖춘 대형마트 제품 또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단순한 한 끼 해결이 아닌 ‘프리미엄’, ‘건강식’, ‘초간편 요리’와 같은 차별화된 특성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 시장은 성장 단계를 지나 경쟁이 심화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신선식품과 외식, 냉동 간편식품과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밀키트를 사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