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이 연초부터 잇따라 톱스타를 새 얼굴로 내세우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연예인의 유명세를 활용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긍정적 이미지 구축 등은 장점이지만,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 없이 스타에만 기댄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4일 아이돌 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을 신규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으로 불리는 장원영이 합류하면서 우리은행은 아이유, 김희애, 라이즈(RIIZE)에 이은 브랜드 홍보 모델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세대별 맞춤 마케팅을 통해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장원영이라는 인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추가 모델로 섭외하게 됐다”며 “청소년을 포함해 비대면 거래가 활발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우리원(WON)뱅킹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가수 겸 배우 차은우를 새로운 브랜드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뉴쏠(New SOL)’을 선보이면서 걸그룹 뉴진스를 광고 모델로 발탁한 신한은행은 ‘쏠쏠한’ 광고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 말 계약이 만료되면서 뉴진스와의 재계약 대신 새 얼굴로 ‘얼굴 천재’ 차은우를 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차은우는 신한은행이 추구하는 젊음, 혁신, 스마트함 등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모델”이라면서 “높은 국내외 인지도와 호감도를 고려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신한은행은 ‘쏠(SOL)모임통장 서비스’ 출시에 맞춰 ‘잘 모이기 위해 잘생긴 모임통장’이라는 콘셉트의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차은우가 출연한 광고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회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내부 직원들의 반응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가수 지드래곤을 신규 광고 모델로 영입하며 축구선수 손흥민, 가수 임영웅과 안유진, 방송인 강호동 등과 함께 ‘초호화’ 모델 라인업을 구축했다.
하나금융은 지드래곤을 선택한 이유로 “특유의 창의적인 감각과 개성 넘치는 음악을 선보이는 지드래곤의 이미지가 ‘혁신적인 금융’을 추구하는 그룹의 방향성과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손흥민의 건강한 리더십, 임영웅의 따뜻한 배려심, 안유진의 젊고 밝은 에너지, 강호동의 든든한 파트너십에 이어 지드래곤만의 트렌디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캐릭터가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은 각 모델의 상징성과 손님별 요구에 맞는 메시지를 통해 세대 맞춤형 브랜딩을 전개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도 걸그룹 에스파와 함께한다. 최근 지난 2021년부터 모델을 맡아 온 에스파와 재계약하면서 ‘장기계약’ 전략을 고수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후원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작년 배우 고윤정과 변우석을 새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디지털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꿈꾸는 농협은행은 2030 세대를 공략할 ‘라이징 스타’를 모델로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대세 배우가 된 변우석이 등장한 NH트래블리체크카드와 퇴직연금 광고 등은 유튜브 조회 수 1000만회를 넘겼다.
농협은행이 작년 9월 선보인 ‘NH든든밥심예금’은 출시 후 30일 동안 총 5만4404계좌를 끌어모으며 ‘변우석 효과’를 톡톡히 봤다. 농협은행은 굿즈로 제공한 변우석 사인 포스터가 팬심을 자극해 상품 가입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로 고객 유입이 쉽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연령대가 낮은 고객층의 경우 금융사나 상품을 선택할 때 좋아하는 연예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라며 “인기 연예인을 활용해 이벤트를 하면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유명인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융사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만큼, 연예인에게만 의존해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며 “스타 마케팅과 함께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 정확한 정보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