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업계가 2025년에도 꾸준한 발주 호황으로 향후 3년 이상 풍족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컨테이너선 대량 인도로 컨테이너 부문 발주 감소가 예상되지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기타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화석에너지 우대’와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선박 장려’라는 상반되는 정책이 모두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증가로 이어지리라는 점이다.
발주 호황 ‘중심’은 여전히 LNG
18일 클락슨리서치 등 주요 시황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LNG 수요는 2020년 3억6000만톤에서 2030년 6억9200만톤으로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연간 증가량만 3300만톤에 달한다. 자연스레 LNG운반선 수요도 뛰게 된다.
선사들의 노후 LNG선 교체 발주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기존 스팀터빈 LNG선은 환경규제 충족을 위해 감속하게 되고, 용선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선사들로선 감속으로 운항 시간이 늘어난 선박을 용선하느니, 교체발주를 통해 지출을 아끼는 선택지가 매력적으로 떠오른다. 업계는 2030년까지 선령 20년 이상 노후 LNG선이 약 276척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도 LNG운반선 수요를 더 끌어올릴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14일 루이지애나주 ‘커먼웰스 LNG프로젝트’의 LNG 수출을 허가했다. 커먼웰스 플랜트에서는 연 950만톤의 수출 물량이 발생하며, 오는 2029년 초부터 최초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권 시절, 2024년 1월부터 1년간 LNG 신규수출을 제한해 왔다. 이번 커먼웰스 승인을 기점으로 향후 LNG 시장에서 미국 프로젝트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에 19건의 대규모 LNG선 프로젝트와 3건의 소규모 LNG 벙커링 프로젝트가 기본설계 단계에 있다”며 “필요 대형 선박은 311척이며, 커먼웰스 프로젝트 승인으로 18척이 발주시장 후보군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대형 LNG선 수요가 300척 이상이며, 기본설계 이전 승인단계를 거치지 않은 프로젝트에서도 북미 프로젝트가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영향력은 더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2월 IR 발표자료를 통해 “2025년은 미국 중심의 LNG선 발주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카타르 지역에서 기본설계 추진 중인 LNG 프로젝트만 256mtpa(연 100만톤) 규모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약 400척의 LNG운반선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결국 한국 조선사들의 가격협상능력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전체 LNG운반선 수주잔고 260척 이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소가 연간 약 60~65척 정도를 LNG운반선에 할애하는 것을 고려하면, 3년 치를 훌쩍 넘긴 물량이 있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인도 등 신흥국에서 발생하는 LNG운반선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4위 LNG 수입국인 인도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믹스에서 LNG 비중을 15%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3년의 2배 수준이다. 신규 LNG터미널 개장과 함께, 미국과는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는 협상 중이다.
LNG운반선과 가스선으로 함께 묶이는 LPG운반선 및 암모니아운반선의 발주도 더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이 PDH(폴리프로필렌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인도에서 LPG 지원 정책을 펼치는 등 동인이 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역시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로 혼소발전과 선박연료용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LNG 산업이 각광받음에 따라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의 주가도 한층 뛰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프렐류드, 페트로나스. 코랄까지 3기의 대형 FLNG 건조 경험과 2기의 신규 수주(페트로나스 ZLNG, 시더) 이력을 보유 중이다. 모잠비크 코랄 2차와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 등도 유력 수주 후보로서 협상 중이다.

유조선 분야에서도 교체발주 중심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클락슨 등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세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은 총 906척으로, 이중 노후선은 318척(35%)가량이다. 하지만 발주잔량은 85척으로 선대 대비 9.4%에 머무르고 있어 실질 교체수요만 239척이 남은 상태다.
VLCC를 제외하고도 수에즈막스급 교체수요는 137척, 아프라막스급은 293척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유조선 선대 노후선 비중은 40%, 교체수요만 663척 수준이다. 한국 조선사는 수익성 높은 VLCC 위주로 선별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는 2024년 대비 약세가 예상된다. 선박 공급 과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 연간 컨테이너선 인도 예정 물량은 폐선량을 고려해도 최소 5.5%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국 조선업계가 주로 수주하는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가 여전히 2억7500만달러(약 3964억원) 수준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는 만큼, 단기 수요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