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까지 최대 약 50억 달러(약 7조2035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리카 타이어’에 자동차, 타이어 업계의 시선이 꽂혔다.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전기차 타이어의 수명을 늘리고 그립감이 좋다는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리카 원료를 추출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 비용이 드는 만큼 업계는 추출 비용을 효율적으로 감축하려는 시도들도 이어가고 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실리카 타이어는 업계에서 지난 2023년 기준 약 25억 달러(약 3조5995억원) 규모로 커졌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8.2% 수준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모래·쌀겨에서 추출… 빗길 접지력 ‘엄지 척’

그린 타이어 중 실리카 타이어의 사용 빈도가 늘어난 이유는 우수한 접지력과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리카 성분이 물 분자와 쉽게 결합되는 친수성 성질을 띄어 제동력과 핸들링이 향상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타이어에 실리카를 첨가하면 기본 재료인 카본블랙만 첨가했을 때보다 타이어가 부드러워져 저온에서도 탄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빗길에서 강점을 보이도록 설계된 특정 회사 제품의 경우 물의 결합력이 강한 H.G.S.(High Grip Silica) 컴파운드를 사용함으로써 젖은 노면에서도 균일한 마모를 보여 빗길 제동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겨울철 블랙아이스 사고나 여름철 장마 등 젖은 노면에서 뛰어난 제동성능과 안전성을 보이고 친환경 원료 사용 시 기존에 비해 타이어가 가벼워져 차량 전체 무게가 감소하고 연비가 올라간다는 장점이 이용자들의 호평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포뮬러원(F1)에서는 높은 연성을 가졌으며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쓰이는 ‘소프트 타이어’가 약 30% 이상의 실리카 함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학 업계에 따르면 실리카 원료는 모래와 석영에서 추출하며 약 1400℃~1700℃의 온도가 필요하다. 실리카는 타이어 제조에서 고무 강화제 역할을 하는데 이를 위해선 작은 모래와 석영에서 실리카 원료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는 뜻이다.
쌀 껍질(쌀겨)도 마찬가지다. 실리카를 뽑아내는 원료로 쓰인다. 라이스 허스크는 약 15~20%의 실리카를 함유해 이를 열처리하거나 화학적으로 처리한 뒤 고순도 실리카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 화학 업계 재직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쌀겨도 부피 중량이 커 운송 비용이 높고 수급 지역도 제한된다는 아쉬움이 있어 이에 대한 대안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타이어 업계 재직자는 “쌀겨는 수급 지역이 동남아와 중국에만 몰려 있어 수급 다변화에 한계가 있다”며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제작사 대기업 등이 실리카 타이어를 선호하겠다고 밝히면 하청업체가 따라가는 순환 구조가 되겠지만 연구개발비는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실리카를 뽑는 에너지 비용도 문제다. 1톤의 실리카를 녹이는 데 들어가는 전력은 약 10~15MWh가량으로 많은 전기·연료가 요구된다. 또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용광로와 장비가 필요하며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공정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규제 부담이 있다는 것이 자동차 타이어 업계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내연기관 차 대비 무거운 전기차에 효과적… 그린 타이어 ‘성공 시대’

그린 타이어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그러나 타이어 업계는 실리카 타이어를 포함한 그린 타이어 업계가 향후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3년으로 여겨지는 전기차 타이어의 수명을 더 늘릴 수 있을 뿐더러 차체가 무거운 전기차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전기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최대 20~30% 무거워 타이어가 높은 하중을 버텨야 하고 자연스럽게 타이어도 단단한 구조와 소재를 필요로 한다”며 “실리카 타이어 개발 기술의 발달로 고무 내부의 압력·스트레스를 잘 분산시킬 수 있게 돼 (타이어) 마모를 줄이고 카본블랙 타이어보다 더 오래 쓸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성능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업계 동향도 침전 실리카 타이어 시장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전 세계 환경 규제가 강화돼 타이어 업계도 환경 규제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고 실리카 특수 처리 방법이 개발돼 생산 비용이 줄어 자연스럽게 연료 효율성이 높고 적은 탄소 발자국을 기록하는 그린 타이어 수요가 늘어났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회전 저항이 낮은 타이어가 필요한데 실리카 성분이 타이어 에너지 손실을 줄여줘 차량이 더 경제적인 연비로 운행할 수 있단 것이다.
실리카 추출 비용 저감 특명… 車-화학 업계 협력 먹거리 기대

타이어 업계는 전 세계 화학회사들의 손을 잡고 실리카 추출 비용 저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비용 저감 방법으론 주로 ▲용매 재활용 ▲중공 실리카 입자 합성 ▲저가 실리콘 원료 사용 ▲중공 실리카 입자 합성 등이 꼽히지만 이와 별개로 업무협력(MOU)을 통해 실리카 추출 기술을 개발하면 장기적인 연구 예산과 타이어 생산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지난 1월 벨기에 기업인 솔베이 스페셜케미칼&실리카 글로벌과 MOU를 체결하고 모래, 광산 폐기물 등 산업 폐기물에서 실리카를 추출하는 순환 실리카 개발 협력을 맺었다.
한국타이어는 솔베이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샘플 평가 이후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며 가까운 미래에 단계적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인 아이온(iON)에도 실리카와 화학 재활용 페트 섬유를 사용해 친환경성과 내구성을 강화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 섬유 타이어코드를 적용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타이어 측은 “실리카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고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료로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며 “오는 2030년까지 솔베이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 타이어 대중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넥센타이어도 컨셉트 타이어를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원재료 비율을 52%까지 높였다. 천연고무를 비롯해 쌀겨 실리카, 합성원료 등 44%의 재생원료를 사용했으며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페트 코드, 고철을 재활용해 약 8%의 재활용 재료를 섞어 제작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지난 2023년 기존 석유화학 기반의 재료를 대체한 지속가능한 재료 80%를 적용한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는 전체 원재료의 40%, 2045년까지는 100%를 지속가능한 재료로 전환하는 목표를 두고 타이어 생산 시 실리카 등 친환경 타이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생존전략으로 지속가능성을 꼽고 있다”며 “대체 재료 개발을 통해 탄소 중립 핵심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모빌리티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