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가 생존책 모색에 나섰다. 사진=셔터스톡
유업계가 생존책 모색에 나섰다. 사진=셔터스톡

미국·유럽산 우유에 대한 관세 철폐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제품의 주소비층인 저연령층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유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했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은 본업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매일유업은 ‘사업 다각화’에 초점 맞추는 등 생존책 모색에 나섰다. 

설 곳 좁아지는 국내 유업계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외국산 우유 수입량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6톤에서 작년 3만7407톤으로 3년 새 226%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6700톤을 기록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5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며 미국·유럽산 우유가 국내에 무관세로 수입된다. 현재 미국산 유제품은 2.4%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0%가 된다. 유럽산 유제품 관세도 2026년 완전히 사라진다.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완전 개방이 시작되면 국내 유업계는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 비해 미국·유럽산 유제품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 조사 결과, 한국의 평균 우유가격은 ℓ당 2.2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1.06달러,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인 영국의 1.61달러보다 비싼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흰 우유 소비량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흰 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kg에서 2023년 25.9kg으로 10년 새 6.5% 감소했다.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26kg 아래로 떨어진 것은 26년 만이다. 저출산 등의 여파로 주소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위기를 맞은 국내 유업계는 서둘러 생존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그 전략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은 부진했던 외식 사업은 철수하고 본업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방점을 찍은 반면, 매일유업은 최근 샤부샤부 브랜드 론칭 소식을 알리며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서울우유·남양유업 ‘선택과 집중’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본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먼저 서울우유는 그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디저트 카페인 ‘밀크홀1937’을 철수했다. 밀크홀1937은 서울우유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론칭한 디저트 카페로, 2018년 서울 서초구에 1호점을 오픈했다. 이후 종로와 경기 분당·수원·용인·수지 등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점포 수를 최대 7곳까지 늘렸지만 결국 디저트 카페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대신 서울우유는 본업인 흰우유와 유가공제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프리미엄 우유인 ‘A2 우유’ 브랜드를 확장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4월 체세포수 1등급과 세균수 1A 등급의 원유를 바탕으로 34개 A2 전용 목장에서만 생산한 ‘A2+ 우유’를 새롭게 선보였으며, 지난해 말 기준 일평균 약 1900t의 원유 중 3%인 50t을 A2 우유로 생산했다. 2030년까지는 모든 서울우유 제품을 A2 우유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우유 주소비층이 점차 줄어들며 국내 유업계가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서울우유는 소화가 용이하며 항산화 기능이 있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된 A2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미당 타임스퀘어점. 사진=남양유업
백미당 타임스퀘어점.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역시 지난해 커피·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외식 사업을 정리했다. ‘일치프리아니’,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그릴’ 등을 모두 철수했다. 이와 함께 백미당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에 양도했다. 남양유업은 본업에 대한 역량을 집중하고, 백미당은 식음료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오롯이 흰우유와 유가공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남양유업은 품질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아인슈타인 우유 등 프리미엄 우유를 리뉴얼하고 테이크핏과 같은 단백질 제품·식물성음료·건강기능식품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식품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백미당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식사업 넓히는 매일유업

반면 계속해서 외식업에 도전장을 내며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는 기업도 있다. 매일유업이다. 우유를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써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매일유업 외식업 자회사 엠즈씨드는 올해 상반기 개점을 목표로 신규 브랜드 ‘샤브상하(가칭)’를 준비하고 있다. 엠즈씨드는 커피전문점 폴바셋,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 레스토랑 더키친일뽀르노 등 3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유제품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외식으로 다변화해 유제품 매출 감소에 방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엠즈씨드는 외식 브랜드 매장 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폴바셋 매장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8개점에서 올해 146개점으로 증가했다. 크리스탈제이드도 같은 기간 매장 수가 12개점에서 17개점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대규모 리조트인 영종도 인스파이어와 대형 쇼핑몰인 여의도 IFC몰에 신규 매장을 오픈해 눈길을 끌었다. 더키친일뽀르노 매장 수는 5개에서 올해 8개로 확대됐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도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대한상의 포럼에서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들은 2026년 이후 다 없어질 것”이라며 “우유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낙농가는 계속 우유를 공급하고 있고, 고객이 원하는 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하목장,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 프리미엄 우유를 앞세워 본업도 강화한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는 같다”며 “결국 각 사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외식업에 진출해 유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등 해법을 찾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