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타는 최근 리얼리티랩스 내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애플 역시 스마트홈과 연계한 로봇 기술을 연구 중이며, 오픈AI와 구글도 로봇 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시장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IT 기업들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메타와 애플 "참전"
17일(현지시간) 메타는 기존의 혼합현실(MR) 기술과 자체 개발한 AI 모델 ‘라마(Llama)’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 앤드루 보스워스는 최근 내부 메모를 통해 “라마 플랫폼 기능을 극대화해 소비자용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메타가 이미 AI, 센서,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로봇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메타는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 테슬라의 옵티머스 경쟁사인 피겨 AI와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애플 역시 로봇 기술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애플은 머신러닝 그룹 내 AI 연구팀과 홈 하드웨어 개발 부서를 통해 다양한 로봇 기술을 탐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는 로봇 팔이 부착된 스마트 디스플레이 형태의 기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가정 내 이동형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 특유의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로봇 기술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애플이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점은 변수다. 최근 블룸버그는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시리’의 전면 개편이 기술적 문제로 인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로봇 기술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AI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공식화했다. 오픈AI는 지난달 말 상표 등록 신청서에 ‘로봇’ 분야를 포함하며 해당 기술 개발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춘 인간형 로봇 개발을 논의 중”이라며, 이는 오픈AI가 AI 기술을 넘어 로봇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최근 로봇 스타트업 앱트로닉에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중심이 되어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고 모방하는 AI 모델을 활용해 로봇의 상호작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의 휴머노이드는 산업과 연구 분야에서 고도화된 작업을 지원하며, 미래에는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앱트로닉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개발 중다. 키 173cm, 무게 72.5kg의 아폴로는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내년 말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아마존은 직접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지는 않지만, 물류창고용 로봇 개발을 위해 어질리티로보틱스와 협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기업들에게 로봇 반도체 및 AI 솔루션을 제공하며 최근 휴머노이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그루트 (GROOT)'와 휴머노이드 컴퓨팅 시스템 '젯슨 토르'를 공개하는 한편 대규모 로봇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 '아이작(Isaac)'도 공개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앱트로닉, 어질리티로보틱스 등이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2021년 'AI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하며 휴머노이드 시장에 발을 들였다. 옵티머스는 인간의 작업 환경에서 간단한 조립과 운반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테슬라 공장을 중심으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추후 가정용 로봇으로도 출시될 수 있다. 머스크는 이를 2025년 공장에 배치하고, 2026년에는 외부 판매까지 할 것이라 공언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옵티머스 1, 2세대가 작동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2세대는 1세대와 비교해 더욱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인간처럼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무릎을 90도로 굽히며 스쿼트 동작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깨지기 쉬운 계란을 집어 올리는 세밀한 작업도 성공해 큰 관심을 받았다.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AI가 단순한 콘텐츠 생성에서 벗어나 물리적 환경과 결합하는 ‘행동형 AI’로 발전하면서 로봇 기술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도 움직인다
한국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기술력을 확보했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Atlas)'의 새로운 모델 '올 뉴 아틀라스'를 공개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년 내에 '올 뉴 아틀라스'의 개념검증 (PoC)을 진행하고, 이를 차세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로봇 관련 기업 인수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휴머노이드 등 미래로봇 개발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14.7%의 지분을 갖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보유 중인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35.0%로 늘려 2대 주주에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LG전자도 베어로보틱스의 지분 30%를 추가 인수하는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의결했다.
네이버 역시 클라우드 AI를 활용한 로봇 연구를 진행 중이며,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들도 AI 기반 로봇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향후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산업용 로봇, 의료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가 주도한 이 시장에 글로벌 IT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