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한남4구역 제안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한남4구역 제안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제공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이 승리했다. 수주전이 마무리되면서 개포, 압구정, 잠실 등 강남권 대형 재건축 사업지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대형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에서 1조원 이상 규모의 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6·7단지, 잠실우성1·2·3차, 압구정2구역 재건축 등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지가 올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강남권에 위치한 만큼 입지가 뛰어나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설 가능성이 큰 곳으로 평가된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교회에서 진행된 한남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총회 결과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수막을 펼쳐 들고 조합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삼성물산 관계자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월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교회에서 진행된 한남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총회 결과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수막을 펼쳐 들고 조합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삼성물산 관계자들. 사진 = 연합뉴스.

삼성물산, 파격적 금융조건 앞세워 조합원 표심 사로잡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은 한남4구역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보기 드문 치열한 경쟁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1월 18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삼성물산은 전체 투표자 1026명 중 675표를 얻어 현대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 약 16만㎡를 재개발해 51개 동(지하 7층, 지상 22층) 2331채 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만 1조5723억원에 달한다.

해당 사업지는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구역 한가운데 위치했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가장 사업성이 우수한 곳으로 평가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수주전 초반부터 조합에 파격적인 조건을 연이어 제안하며 높은 수주 의지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수주전 초반부터 조합에 파격적인 조건을 연이어 제시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보였다. 조합원 분담금 상환을 최대 4년 유예하고,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 조합원 100% 한강 조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착공 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중 최대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650억원의 추가 공사비 증가분을 선반영하겠다는 조건도 내세웠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개표 직후 "한남4구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차별적인 제안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약속드린 최고의 아파트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역시 금융 혜택과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앞세워 맞섰지만, 조합원 표심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한남4구역 개요, 추진현황
한남4구역 개요, 추진현황

강남권 대형 재건축 줄줄이 대기…수주 경쟁 본격화

한남4구역 수주전이 마무리되면서 수주전 무대는 강남권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강남권에서는 개포주공 6·7단지, 압구정2구역, 잠실우성1·2·3차 재건축 등 대형 사업지가 올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은 ‘강남권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 사업지로 지하 5층~지상 35층, 2698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예상 공사비는 한남4구역과 비슷한 1조5139억원이다.

잠실우성1·2·3차 재건축도 강남권 핵심 사업지 중 하나다.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2680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며 예상 공사비는 1조6934억원에 달한다.

압구정2구역도 건설사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지다. 압구정 1~6구역 중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며 공사비는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여의도 시범아파트(1조4000억원), 성산시영아파트(1조6000억원), 성수전략1지구(1조5000억원), 서빙고 신동아아파트(1조4000억원), 한남5구역(1조7583억원) 등 1조원 넘는 사업지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올해 시공사 선정 앞둔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지
올해 시공사 선정 앞둔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지

공사비 상승에 선별 수주 강화…대형 사업지 선점 경쟁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진 배경에는 고금리와 원자잿값, 인건비 급등 등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보장된 사업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8로 2020년 12월 102.04 대비 약 28% 올랐다. 이 지수는 건설공사 물가 변동 분석의 기준으로 건설 공사에 들어가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다.

2016년 12월(88.36)부터 2020년 12월까지 4년간 건설공사비지수가 13.7% 오른 것과 비교하면 최근 4년간 상승률은 2배 이상 높아졌다.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은 단순히 수주 물량을 늘리기보다 수익성이 높은 정비사업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인건비와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업들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사업성이 좋은 사업지 위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남4구역에 이어 주요 사업지에서도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남4구역은 한강 조망과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좋은 곳이었기 때문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라며 “압구정을 비롯한 사업성이 좋은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대형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12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 출처=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도별 12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 출처=한국건설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