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기존에 없는 이른바 '킬러 상장지수펀드(ETF)'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순자산총액 기준 180조원대로 커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시장에서 연내 1위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지시간 기준 이달 3~4일 미국 페어몬트 하와이 호텔에서 'ETF 랠리(Rally) 2025'를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ETF 랠리'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주요 임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ETF 비즈니스 현황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이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인도,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ETF 총 순자산은 202조원가량이다.
이번 ETF 랠리에는 해외법인 CEO와 운용, 상품, 마케팅 등 ETF 주요 임직원 약 80명이 참석해 법인별 2025년 전략을 소개하고, ETF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방안이 모색됐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 이른바 '킬러 프로덕트'(Killer Produc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기존에는 없던 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 'Global X'와 AI 법인 'Wealthspot'이 협업한 그룹의 첫 AI 기반 상품 Global X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Active'가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아울러 박 회장은 자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것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모든 계열사가 미국과 중국 등 경쟁력 있는 시장에 집중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살펴 보고 현지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2년말 78조원, 2023년말 121조원, 2024년 174조원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말 기준 183조원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 ETF 브랜드 'KODEX'를 앞세운 삼성자산운용은 1월말 기준 ETF 시장점유율 38.1%로 1위다. 시장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점유율은 35.7%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50%를 웃돌았던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이 38%까지 내려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는 2%포인트(p)대로 좁혀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장 1위 진입을 위해 인재 영입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 등 공을 들여왔다.
대표적 사례가 삼성자산운용 출신 김남기 ETF 부문 대표를 영입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 팀장이던 김 대표는 2019년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운용부문장(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 2023년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그간 김 대표는 인공지능(AI), 2차전지 등 테마를 앞세운 'TIGER ETF' 상품을 쏟아내며 삼성자산운용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성장을 주도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국내 ETF 시장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자산운용 브랜드 KODEX의 독과점 구조였다. 미래에셋은 2006년 'TIGER ETF'를 내세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KODEX가 곧 ETF'라고 여길 정도로 삼성자산운용의 지배력은 공고했다. 그럼에도 ETF 시장의 잠재력을 내다본 박 회장은 "장사를 하려면 먼저 다양한 상품을 좌판에 깔아야 한다"며 사업 강화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해 왔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1위 수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수장을 서봉균 대표에서 김우석 대표로 교체하고 삼성 임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 카드를 꺼내 들자 하루 만에 삼성자산운용도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등 미국 지수 추종 ETF 2종의 총보수(운용 수수료 및 기타 운영 비용)를 기존 0.0099%에서 0.0062%로 낮추는 등 '업계 최저 수수료'에 있어서도 불꽃경쟁을 펼쳤다.
다른 운용사들의 순위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또 다른 삼성자산운용 출신 배재규 대표가 이끄는 한국투자신탁운용(점유율 8%)은 올해 1월말 기준 KB자산운용을 밀어내고 처음으로 업계 3위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