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상징물이자 쇼핑의 중심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백화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온라인 위주의 소비 패턴 변화와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수도권 대형 점포와 지방의 중소형 점포 사이의 매출 차이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백화점 매출 양극화 심화해

그랜드백화점 전경. 사진=서다예 기자
그랜드백화점 전경. 사진=서다예 기자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점포별 양극화 현상이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과 광역시급 대형 점포는 성장한 데 반해 지방 점포는 대부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한 점포 12곳 중 신세계 센텀시티와 대구점, 롯데 부산 본점 등 3개를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에 있는 점포였다. 이들 12개 점포가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매출의 53%에 달했다.

반면 12개 점포를 제외한 나머지 56개 점포의 거래액은 2023년 19조3352억원에서 지난해 18조7066억원으로 3.3% 감소했다. 이 중 80%가 넘는 45개 점포는 역성장했으며 36개 점포는 2년 연속 거래액 감소를 기록하며 극심한 부진을 겪는 중이다.

이에 따라 문을 닫는 백화점 점포도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그랜드 백화점 일산점은 다음 달 영업을 종료한다. 1996년 개점한 이후 29년 만이다. 6월에는 현대백화점 신도림 디큐브시티점이 폐점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도 지난해 11월부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NC백화점 부산 서면점, 대전 세이백화점 등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올해도 백화점들의 폐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이 사라지고 있는 배경에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가 꼽힌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 매출 현황’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채널 비중은 50.6%를 기록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비중을 뛰어넘었다.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 폭 차이도 2023년 1.5%에서 13%로 증가했다. 인터넷 쇼핑이 일상화되며 오프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백화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고령화와 인구 감소도 백화점의 부진을 이끌었다. 저출산과 수도권 이전 등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소비와 노동의 주체인 생산가능인구(만 15세~64세)가 빠르게 감소하며 이것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자원은 한정적인데 지역 내 여러 백화점이 있으면, 매출이 하나의 매장으로 쏠리며 다른 매장들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폐점 선택도 어려워

타임빌라스 송도 조감도. 사진=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송도 조감도. 사진=롯데백화점

그러나 문을 닫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백화점의 특성상 수백 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어 폐점할 경우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폐점 후 공간 활용도 미지수다. 지난해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지난해 6월 폐점한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백화점 건물 소유주인 KB자산운용 측에서 향후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해 밝히지 않으며 사실상 방치돼 있다. 3년 전 폐점한 대구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영난을 겪는 대구백화점이 지난해부터 자산 공개 매각에 나섰지만, 부동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 백화점 업계를 지방 점포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미래형 쇼핑몰인 ‘타임빌라스’를 더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타임빌라스는 백화점과 쇼핑몰의 경계를 허문 광역형 쇼핑 랜드마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문을 연 수원점을 시작으로 송도, 전주 등에도 신규점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군산, 동부산, 김해 등 기존 7개 점은 증축 재단장해 쇼핑몰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지난해 9월 ‘커넥트 현대’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다. 커넥트 현대는 백화점과 아울렛,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다. 새롭게 문을 연 부산점은 ▲문화·체험형 테넌트 시설 ▲MZ타깃 인기 브랜드 ▲부산 로컬 콘텐츠 ▲정상·이월 상품 복합 매장을 앞세워 고객들에게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과 대구에 이어 더현대 광주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방에 있는 핵심 점포에 균일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역 점포들과의 상생을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소득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방 인구 감소와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며 “이 경우 매장 면적당 생산성이 확보되지 않아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도시 계획이 병행돼야 하며 세금 감면이나 지방에서 국가 차원의 행사 유치 등의 혜택도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