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수서 방향으로 가는 GTX-A 열차가 최고 속도 170km/h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4일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GTX-A 열차가 최고 속도 175km/h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4일 수서 방향으로 가는 GTX-A 열차가 최고 속도 170km/h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4일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GTX-A 열차가 최고 속도 175km/h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엄마 이거 엄청 빨라요! 우리 이거 추석 때 또 타자!”

지난 2일, 경기 일산시 킨텍스역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을 탑승한 어린이 박영현(6·가명) 군은 GTX-A의 빠른 속도에 크게 놀랐다. 최고 시속 180km/h로 일산에서 서울까지 20분 이내로 돌파하는 GTX-A는 일산·파주 지역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는 분위기다.

4일 국토교통부와 GTX-A 측에 따르면 현재 열차는 7개 편성, 약 10분 간격으로 하루 편도 112회, 왕복 224회 운행 중이다. 안전성 검토 후 오는 1분기 내 단계적으로 열차를 추가 투입해 10개 편성 왕복 282회까지 증차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GTX-A가 추가 편성되면 출퇴근 시간 운행 간격은 기존 10분에서 약 6분 간격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산~서울역 20분, 동탄~수서역 17분 독파…돈으로 시간 사는 시대 왔다

4일 수서 방향으로 가는 GTX-A 열차가 최고 속도 170km/h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4일 수서 방향으로 가는 GTX-A 열차가 최고 속도 170km/h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지난 2일과 4일 기자가 실제로 탑승해 본 GTX-A는 ‘속도 혁명’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도심을 오갔다. 

4일 수서~동탄, 서울역~운정중앙을 오가는 GTX-A는 최고 속력 175km/h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목적지를 오갔다. 광교~강남을 30분 독파하는 신분당선이 판교~청계산입구 구간에서 최고 속력 90km/h로 달린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약 2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또 속력을 줄일 때 약간의 흔들림과 귀 먹먹함이 존재했지만 신분당선, 9호선 등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노선들과는 달리 객차 안이 고요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객차 좌석도 신차 기준으로 지어져 비좁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8년 신규 지하철 전동차를 좌석을 7인석에서 6인석으로 조정하고 좌석 폭을 4.5cm 더 늘린 480mm로 기준을 정한 바 있다.

동탄역 2번 출구 인근에 GTX-A를 탈 수 있는 표지판이 안내되고 있다. GTX-A는 지하6층에서 탑승해야 한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동탄역 2번 출구 인근에 GTX-A를 탈 수 있는 표지판이 안내되고 있다. GTX-A는 지하6층에서 탑승해야 한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다만 지하 60m까지 들어가는 대심도에 터널이 지어져 에스컬레이터 이동 시간이 다수 허비됐다. 대심도란 터널공법(TBM)으로 30~60m 혹은 그 이상까지 땅을 파 지하에 도로·지하철 등을 건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자가 킨텍스역 3번 출구에서 GTX-A 노선을 이용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깊게 내려간 후 탑승장으로 향하자 3개의 엘리베이터가 등장했다. 서울역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엘리베이터를 탄 후 지하 5층까지 내려가야 했다.

서울역에서 하차한 뒤에도 가파른 경사의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자 비로소 서울역 내부 지하철 환승 구간이 등장했다.

동탄역은 GTX-A와 SRT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동탄역은 GTX-A와 SRT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동탄역에서 수서역으로 가는 열차도 17분 만에 종착지에 도착했지만 정작 동탄역 출구에서 GTX-A를 타기 위해선 지하 6층까지 내려가야 해 이 지점에서 5분이 추가로 소요됐다. 

서울역은 KTX, 수서역은 SRT라는 고속철도와 직결되는 만큼 고속철도 이동을 원하는 승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환승을 원할 경우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특히 서울역에서 하차한 뒤 KTX 승강장으로 가려면 1번 출구 방향으로 10분을 추가로 걸어야 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수서역은 GTX-A 플랫폼과 SRT 플랫폼이 이어져 있고 동탄역도 하차 태그 후 곧바로 SRT를 탈 수 있어 차이가 있었다.

경기 북부 ‘행복’·남부 ‘아쉽’… 두 갈래로 나뉜 GTX-A 탑승 평

4일 경기 파주시 운정중앙역에서 GTX-A를 탑승한 시민들이 출구로 나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4일 경기 파주시 운정중앙역에서 GTX-A를 탑승한 시민들이 출구로 나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GTX-A를 이용해 본 시민들의 반응은 두 방향으로 갈렸다. 아쉬운 교통 환경 때문에 서울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파주·일산 시민들은 환영의 의사를 밝혔지만 동탄·병점·화성 등 남부 시민들은 버스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경기 일산시에서 20년 째 거주한 김연아(26·가명)씨는 “작년까지는 서울역을 가려면 10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을 이동해야 했고 광역버스도 입석이 어려워져 버스를 그냥 보낸 경우도 허다해 2시간까지 귀가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며 “GTX가 생긴 뒤로는 40분 만에 일산에 도착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매우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한성민(34·가명)씨도 “직장 특성상 서울역, 용산역으로 향하는 경의 중앙선을 자주 이용해야 했는데 연착이 잦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며 “GTX-A는 연착이 덜하고 매우 속도가 빨라 삶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고 답했다.

GTX-A 측에서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은 22분, 킨텍스역~서울역 구간은 17분이 소요됐다. M7111, M7154 등 광역버스가 약 1시간, 경의·중앙선 노선이 약 40분 소요되던 것에 비하면 대중교통 이용 시간이 큰 촉으로 줄어든 것이다.

연신내, 대곡에서 서울역으로 향할 때도 기존 30분 가까이 걸리던 시간이 5분(연신내역~서울역), 15분(대곡역~서울역)으로 줄어든 것도 호재다.

GTX-A과 SRT를 탑승할 수 있는 동탄역.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GTX-A과 SRT를 탑승할 수 있는 동탄역.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반면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병점동·수원시를 기점으로 한 경기 남부권 시민들은 GTX-A의 체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마찬가지로 기존 대비 서울 진입 시간은 큰 폭으로 줄어들지만 강남으로 향할 수 있는 삼성역 구간이 가장 늦게 개통되는 것과 평택지제 구간으로의 연장이 매끄럽지 않은 것이 남부권 주민들의 아쉬움이다.

병점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동주(60·가명)씨는 “가끔 GTX-A를 이용해봤지만 아직까진 수서까지만 갈 수밖에 없고 원래도 SRT로 동탄~수서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반쪽짜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강남으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광역버스도 있고 1호선에서 서울역으로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GTX-A를 크게 기다리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다만 동탄~수서 구간의 승객이 기존 대비 늘어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GTX-A 수서∼동탄 구간은 지난 11월 기준 누적 242만 1768명이 이용했으며 개통 첫 한 달 평일 약 7600명, 주말 1만 명 규모였던 이 구간 GTX-A 승객은 지난 11월 1만4000명 규모로 증가했다.

국토부는 개통(지난 3월 30일) 직후인 지난 4월 첫째 주 평일 일평균 7734명에서 일평균 승객수가 79% 증가했으며 구성역이 새로 개통한 점이 승객수 상승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 RER처럼”… 수도권 외곽 발전 기폭제 되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시운전 철도차량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시운전 철도차량 모습.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선 호불호가 엇갈리는 이용 후기와는 별개로 GTX가 수도권 외곽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향후 파주, 동탄을 포함한 수도권 외곽에 랜드마크 건설 등에 크게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RER(Réseau Express Régional)선이 사례다. RER 노선은 일드프랑스 레지옹을 잇는 광역급행철도로 ▲A노선 파리-리옹역·디즈니랜드 파리 ▲B노선 샤를드골공항 ▲C노선 베르사유 궁전 등 파리 곳곳을 잇는 프랑스 교통의 핵심이다.

처음 노선 설계부터 파리 메트로와 환승을 용이하게 만들어 일드프랑스 외곽을 파리로 빠르게 진입하게 만드는 ‘그헝 파리(Grand Paris)’의 주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GTX-A 역시 ▲대곡역(3호선·서해선·교외선·경의중앙선) ▲서울역(1호선·4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연신내역(3호선·6호선) ▲수서역(3호선·수인분당선) 등 환승 허브 역할을 하는 만큼 RER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대학교 김정화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GTX의 주요 역사들은 교통 허브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며 "삼성역, 서울역 등은 주요 교통 허브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RT가 현재 수서~동탄 구간의 수요를 기존에 담당하고 있고 GTX-A가 이 수요를 가져와야 해 현재는 승객 수요가 더딘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오는 2026년 삼성역 개통, 2030년 창릉역 개통 등이 현실화 되면 GTX-A 노선의 핵심 구간이 완성돼 전체적인 이용 패턴이 현재와 다소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